고금소총 2 - 한국고전걸작유머
김현룡 엮음 / 자유문학사 / 2008년 1월
절판


옛날에 한 사람이 글자를 풀이해 점을 잘 치는 것으로 이름이 났다. 조선태조 이성계가 임금이 되기 전이었다. 이 사람이 글자 점을 잘 친다는 말을 듣고 '물을 문(問)'자를 가지고 가서 점을 쳐달라고 하니, 그는 공손히 대답했다.
"최고로 좋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풀이하여 좋단 말인가요?"
"보십시오. '口'를 왼쪽으로 붙이면 '임금 군(君)'자 모양이 되지요.
또한 오른쪽으로 붙여도 '君'자를 옆으로 엎어놓은 모양이니, 어떻게 하더라도 임금이 되므로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훗날 이성계는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 뒤에 어떤 사람이 역시 '問'자를 가지고, 그 사람에게 가서 점을 쳐달라고 했다. 곧 이 사람은 지극히 흉하다고 하여, 설명을 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글자를 보십시오. 입(口)이 문(門)에 턱걸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대문마다 다니면서 밥을 얻어먹는 거지가 될 것이라 지극히 나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훗날 이 사람은 과연 거지가 되었다.
다른 날, 한 사람이 과거를 보러 상경하면서 '꼬챙이 곶(串)'자를 가지고 이 사람을 찾아가 급제할 수 있을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35~36쪽

그랬더니 이 사람은 보자마자 '대길(大吉)'이라고 했다.
그 풀이를 물으니 이러했다.
"보십시오. 위에도 합격을 뜻하는 '中'자가 있고 아래도 역시 '中'자가 겹쳤으니, 필시 양과(兩科)에 모두 급제하게 될 것입니다. 경하하는 바입니다."
과연 그 람은 1년 내에 초시(初試)와 회시(會試:초시 합격자가 두번째 보는 과거)에 모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어떤 사람이 역시 '串'자를 가지고 이 사람에게 가서 점을 쳐달라고 하니, 그는 곧 대답했다.
"크게 흉합니다. 매사에 단단히 조심해야겠습니다."
"어떻게 해석하여 그렇습니까?"
"예, '串'자는 가운데를 꿰뚫은 '막대기' 곧 '심'이 있지 않습니까? 이 중심을 나타내는 '심'은 바로 '마음 심(心)'으로 표시됩니다. 따라서 '串'자에 '心'을 붙이면 '근심 환(患)'자가 되니, 환란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돌아간 그 사람은, 얼마 후 과연 집안에 큰 우환이 있었다. <성수패설>-35~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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