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서 마정령 밑에 초동들이 떼를 지어 노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얘들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
"모릅니다."
"그러면 나를 보느냐?"
"예, 봅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나를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보느냐?"
하면서 지팡이를 주며
"너희들이 만일 이 지팡이로 나를 치면
과자값을 듬뿍 줄 것이다" 라고 하자
그 가운데 영리한 아이가 앞으로 나와서
"정말입니까?" 하고 지팡이로 스님의 머리를 치자 스님이 또
"나를 쳐라!" 하니 아이가 또 쳤다.
"그런데 어찌 나를 치지 않느냐?
만일 나를 친다면 부처도 치고 조사도 치고
삼세제불과 역대 조사와
천하 노화상을 한 방망이로 치게 되리라."
스님의 말에 아이가 화를 벌컥 내며 말하기를
"이미 쳤는데 치지 않았다고 하시니 스님이 우리를 속이고
과자값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러자 스님이 돈을 주면서 이르기를
"온 세상의 혼탁함이여 나만 홀로 깨어 있구나.
숲 아래 남은 여생 그럭저럭 보내리라." 하였다.-122~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