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활짝 피워내는 거라 고집했네
삭정이 거죽을 뚫어낸 부드러움이라고
그러다 사랑은 가장 엄숙하게 지는 거라고 비명처럼
화려함은 가고 일순 전부를 던질 뿐이라고 고쳤네
꽃엔 무슨 비밀통로가 있어 각각 전갈을 받아낼텐데
간절함은 이미 하늘에 닿아 꽃짐을 이기엔 버거웠을까
곱게 늙으셨던 고모님의 백발은 무게가 없었다네
많이 살았다고 왜 늘상 말씀했는지 이젠 알 것 같네
뜻은 지붕 아래 있어 사뿐 내려와 듣는 나직한 음성
그늘 안에 한갓 유서 몇 줄 몸으로 쓰고 있었지만
애초 떠날 것을 알고 왔으니 공평하기도 하다네
꽃등 밑에 밤은 들지 못하고 문상객으로 서성이다
서성이다 사랑은 낮아서 낮으니 낮게 몸짓하다
가쁜 숨, 숨이 멎는 위에 애도 한 잎 마져 떨구네

시. 강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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