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더운 여름날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문득 사색에 잠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날씨와 계절에 맞서 감정 이입에
몰두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면
그건 좀 더 사고의 지향점이
고상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걷다가 남을 의식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 좀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언짢기도 하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마저 내팽개치고 산다면
세상 살 맛이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이 무더운 여름을 무덤덤하게 보내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도 해보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왠지 짜증이 난다.
삶을 좋은 향기처럼 가꾸기가 쉽지 않은 요즘
그런대로 밥 먹고 산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보단
관심 없이 수양버들 밑에서
실속이나 차리는 갤러리 족처럼
시원한 냉수 한 잔에 찬란한 무더위와
합방이라도 해야 하나
이 무더운 여름날 인간의 마음까지 멀어진
수직궤도에서 또 다른 슬픔의 고독을 이고
현대인들이 방황한다고
차원을 달리하는 강둑에 앉아 맘대로 지껄이고 나면
타인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것 보단 마음은 편안하다.
   

- 무더운 한 여름에 너를 만나면 / 詩 조 어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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