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와 참새


시. 강희창

논길을 홀로 가는 꼬부랑 할매
걷다가는 쉬고
쉬다가는 걷고
보일듯 말듯
안스러워 벼이삭 흔들며
남풍이 따라 갑니다
허리펴고 쉴 때마다 낟가리 위로
불쑥 올라오는 허수아비 얼굴
햇볕이 따끔따끔 쏟아집니다

볼록한 가슴을 빗질하던 참새
온몸을 털며 진저리 칩니다
물끄러미 보다가
갸우뚱 갸우뚱
골똘이 생각에 잠깁니다
멍하니 딴 생각도 해보다가
다시 할매 얼굴 쑥 내밀자
퍼뜩 떠올리는 원래 생각
미루나무 잎이 일제히 떠듭니다


"2002 샘터10월호" 이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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