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을 통해 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우정을 키워나가는 방법은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의리와 연대의 시대를 열어주는 또 하나의 힘, '우정'

'우정'을 통해 성장한 여성들
흔히들 남자들의 강한 우정을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인물들이 있다. 문학에서는 미국 사상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사상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랠프 왈도 에머슨, 음악 세계에서는 노르웨이 음악가 그리그와 젊은 작곡가 노르드라크와의
우정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오성과 한음을 이야기한다. 역사가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한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은 여성들의 우정은 한낱 감정에만 머물렀을 것이라 추정한다. 하지만 부족한 역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여성들의 우정 또한 남성 못지 않음을 발견한다.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여류동지인 루이제 카우츠키와 클라라 체트킨과의 우정을 나누며 독일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었다.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인 조르주 상드(본명 오로르 뒤팽)가 불행한 결혼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그의 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친구의 권유로 쓴 신문소설 '앵디아나'가 일약 유명해지면서 소설가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여성 인물을 화폭에 담은 화가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은 친구 '니꼴 구르'와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누면서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인슐린과 페니실린 연구로 196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도로시 호지킨은 옥스퍼드의 칼리지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당시 그녀와 같이 화학을 전공하고 있던 여학생은 고작 5명뿐이었다. 이들은 같은 기숙사에 생활하면서 남성중심의 과학세계에서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만세 운동 후 고향으로 내려온 유관순은 친구들과 함께 태극기를 제작하는 일을 하면서 조국 광복을 위해 싸웠다. 재색을 겸비한 여류화가 작가 최정희와의 편지를 통해 우정을 나누었다. 과거 여성의 사회진출이 드문 시절, 여성들이 우정을 나눌 동지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남성과 다른 친밀감과 공감을 바탕으로 '우정'이란 이름의 꽃을 키워냈다. 그리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일반화되고있는 요즘, 여성들이 우정의 꽃을 심고 키우는 기회 또한 많아졌다. 때문에 소설가 조선희는 <그녀에 관한 7가지 거짓말>이란 에세이에서 지금은 여자들끼리의 ‘의리와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라고 지적하면서 서로 키워주고 끌어 올려주면서 인생의 동행길에 동반자가 되어주는 친구, 그 친구와의 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사회진출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어려움 또한 증가하고, 예기치 못한 일, 나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이럴 때, 내 곁에 항상 친구가 있다면 그리고 나 또한 힘이 되고 마음의 위로자가 되는 친구가 되어 준다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행보는 행복할 것이다. 때문에 여러 선인들의 언급한 우정에 관한 몇 가지 조언을 따른다면 우리는 좀더 진하고 강인한 우정의 씨앗을 심고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우정에 관한 몇 가지 조언
기원전 1세기경 키케로는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그가 말한 선한 사람은 성실과 정직 그리고 공정성과 아량을 보여주는 사람들로 탐욕과 방종 그리고 파렴치한 행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을 말한다. 때문에 우정은 내 마음에 선함이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우정을 심는 것보다 어렵고 힘드는 것이 우정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정도 일종의 '교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친구로부터 받은 것(정신적 혹은 물질적)이 있다면,나의 그 무엇인가를 친구에게 내주어야 한다. 종종 여성들 가운데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친구를 호출하거나 감정에 따라 친구를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감정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우정은 더 이상 자랄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친구들에게서 기대하는 것을 친구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탈리아 사학자 살루스트는 '같은 것을 같이 좋아하고 같이 싫어하는 것은 우정의 끈을 더욱 단단하게 옭아준다'고 말했다. 때문에 우정을 키워 나가는 방법은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취미가 될 수도 있고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운동도 될 수도 있으며 때론 수다도 될 수도 있다. 다만 그 중심에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문학가인 에머슨은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완전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먼저 친구가 되어주는 방법에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먼저 안부를 묻고 친구가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읽어주며, 단 5분이라도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다. 또한 정해진 친구만 만나기보다는 서로가 만난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관계의 폭을 넓혀 가면 친구는 당신을, 당신은 친구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J.E. 딩거에 의하면 친구는 세 종류가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나를 미워하는 사람, 그리고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이다. 여기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유순함을 가르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나에게 조심성을 가르쳐 주며,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나에게 자립심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이는 곧 모든 친구는 그 존재만으로도 귀하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 비록 그 사람과의 아주 진한 우정은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 나에겐 힘이 된다. 그리고 나 또한 그에게 힘이 될 수 있다. 미국 위스컨신 대학의 엘리엣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친구들이 있는 여성은 혈압도 낮고 인체에 해로운 인터루킨-6 수치도 낮다고 한다. 비록 이해관계나 실리적 이득이 없다 할지라도 그 존재만으로 친구는 나에게 행복을 준다. 여기에 강한 우정으로 발전되고 키워진다면 G. 무어의 말처럼 그 우정은 어떠한 어려움도 뚫고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 참고문헌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우정에 관하여>,숲 發行
:가와이 하야오의 <우정의 재발견>,동아시아 發行
:자크린느 클랭의<사랑하는 사람과 친구로 살아가는 법90가지>, 문화문고 發行
:조선희의 <그녀에 관한 7가지 거짓말>,한겨레신문사 發行
:세여 하이트의 <여자와 여자 - 친구인가, 라이벌인가>,롱셀러 發行
○ 글 및 정리 / 이손숙희, 김이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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