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아보카도 이어 패션후르츠까지 농가 새 소득원으로
농진청 제주연구센터선 각종 시험재배도 한창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e-아보카도'농장. 거대한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자두와 비슷한 모양의 빨간 과일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 농장의 김태일(43) 대표는 이 생소한 열매를 브라질과 남미에서 나는 정열의 과일 '패션후르츠'(Passionfruit)라고 소개했다. 그는 "3년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처음 200㎏(4,000개)를 시판했고 올해는 롯데백화점에 납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7년10월 뉴질랜드에서 패션후르츠 씨앗를 들여왔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제주도 기후가 아열대와 비슷해 진다는 말을 듣고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것.
하지만 패션후르츠는 그 동안 국내에서 재배는 물론 수입조차 없었던 상태. 국립식물검역소 관계자들조차 처음 보는 패션후르츠 재배는 생각만큼 만만치는 않았다. 그는 "어떻게 기를 지는 둘째치고 패션후르츠 자체에 대한 정보가 국내에는 거의 없었다"며 "흙 상태, 햇빛의 강도, 받는 시간, 수분 공급 등 하나하나를 공부해 갔다"고 밝혔다. 2년 넘게 별다른 성과가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열매가 많이 열렸고, 인터넷을 통한 통신 판매에 성공했다.
역시 멕시코가 원산지인 아보카도를 국내에서 처음 도입, 재배에 성공한 김 대표는 "열대, 아열대 과일은 원산지에서 비싸게 팔리는데다 주스, 잼 정도로 쓰이는 다른 과일에 비해 화장품, 의약품 원료, 오일 등 다양한 쓰임새를 지니기 때문에 상품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패션후르츠 재배에서 확인됐듯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금 한반도의 작물지도가 바뀌는 중이다. 2020년이면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 지역이 전국 경지 면적의 17%로 넓어지고, 금세기 말에는 현재 연평균 기온보다 4도 이상 올라 한반도 대부분 지역은 아열대 기후권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열대 기후대는 연중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영하 3도~18도, 월 평균 기온이 10도를 넘는 달이 8개월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08년 제주에 지은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재 제주와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20여 가지 열대, 아열대 과일, 채소류에 대한 시험 재배 및 양산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0년 동안 평균 기온이 1.6도나 오르면서 온난화 최전선 지역으로 꼽히는 제주에서는 망고, 용과, 골드키위 등 아열대성 과일, 채소류의 재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망고 재배 농가만 해도 30곳이 넘을 정도다.
문두경 연구사는 "바나나, 파인애플 등이 인기를 끌며 1990년대 들어 재배 농가가 늘었지만 수입 자유화 이후 값싼 제품이 쏟아지고 유류비 인상 등 재배 비용이 늘면서 재배 농가가 거의 없어졌다"며 "그러나 국내 산 아열대 과일, 채소류가 맛이나 신선도 면에서 수입산 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도 온난화 적응 열대, 아열대 작물 15종을 선정해 에너지 절감 기술 보급 등을 통해 농가 소득 향상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통업계도 이들 작물판매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4년 전부터 애플망고, 아보카도, 용과 등을 취급하고 시작한 롯데백화점은 2년 전부터 추석 선물 세트 등에 포함시키면서 본격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박기범 농산 선임상품기획자(CDM)은 "프리미엄 상품으로 가치가 높아 고급 선물 상품으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본다"며 "농가가 안정적으로 재배, 공급할 수 있도록 농가와 손을 잡고 계약 재배 등 판로 확보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아티초크, 차요테 등 열대 작물을 추가로 상품화할 계획이다. - 출처 한국일보 제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