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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 아빠는 다니던 직장을 잃은 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조그만 음식점을 시작했지만 음식점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손님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음식점이 실패하자 민희 가족은 변두리 산동네로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이사한 뒤로 민희 아빠는 점차 다른 사람처럼 변해갔습니다.

민희와 동생을 잘 대해주지 않았고, 웃음마저 잃어 갔습니다.


엄마가 새벽녘에 우유배달을 마치고 돌아와도 못 본척했습니다.

공부를 방해하는 남동생 때문에 민희가 공부방을 달라고 졸라도

아빠는 말이 없었습니다. 산동네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밤늦은 시간부터 산동네 조그만 집들을 송두리째 날려 보내려는 듯

사나운 비바람도 몰아쳤습니다. 비 오는 날이 계속되자 곰팡이 핀

천장에서 빗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나중에는 걸레 대신

양동이를 받쳐놓아야 했습니다.


"이걸 어쩌나, 이렇게 비가 새는 줄 알았으면 진작 손 좀 볼 걸"

엄마의 말에 돌아누운 아빠는 아무런 대꾸도 않았습니다.

며칠 전 우유 배달을 하다가 아빠는 오토바이와 부딪쳐 팔을 다쳐

며칠째 일도 못하고 있었기에 아픔은 더욱더 컸습니다.


한쪽 손에 깁스를 한 불편한 몸으로 아빠는 천둥치는 밤거리로

나섰습니다. 창 밖에선 여전히 천둥소리가 요란했고 밤이 깊어도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불안해진 엄마와 민희는 우산을 받쳐 들고

아빠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동네 이곳저곳을 헤맸지만 아빠를 찾지 못해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폭우가 쏟아지는 지붕 위에 웅크리

고 앉아있는 검은 그림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 저기 봐...."

아빠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서 사나운 비를 맞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깁스한 팔을 겨우 가누며 빗물이 새는 깨어진 기와 위에

우산을 받쳐 들고 있었습니다. 비바람에 날리는 우산을 한 손으로

간신히 붙들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습니다.

민희가 아빠를 부르려고 하자 엄마는 민희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가만히 말했습니다.


"지금은 아빠를 부르지 마라. 너희들과 엄마를 위해서

아빠가 저것마저 하실 수 없다면 얼마나 더 슬퍼하실지 모르잖아?"

목이 메어 엄마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민희 눈에도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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