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초 저녁 강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 섰다
땅은 한 눈을 천천히 감으면서
다른 한 눈을 뜨고
잠든다.

한나절의 폭염
다 받아서 더운 몸
잠들면서 서서히 식히고 있다.

땅이 눈을 더 감을수록
고요하고 적막하게
어둠은 짙어지고,

귀뚜라미 여치며 풀벌레들이
어머니에게 뭔가 조르는 듯
품 안에서 조잘대는데
피곤에 빠진 어머니는 깊은 잠 든다.

하늘은 땅의 거룩한 밤을 위하여
별 무늬 융단을 깔아 놓고
시원한 바람을 보내오고 있다.

땅은 이 밤에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보다 식물들을 잘 키우고
보다 열매들을 잘 익히고
보다 동물들이 잘 잠들도록,

강바람은 더욱 차지고
나도 어둠에 묻힌다
고요하다.
여름 밤, 드는 땅 - 차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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