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신이라는 놈이 창조놀이를 시작했다.
이렇게 생긴 것도 만들어보고, 저렇게 생긴 것도 만들어보고,
그러다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보았다.
지들 맘대로 이리저리 움직여 다니는 것을 보니 보기에 좋았다.

한참 보고 있자니 그것도 지겨워져서
더 많이 움직이게 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것이 바로 배고픔이다.
동물들은 무엇을 먹지 않으면 배고픈 고통을 느껴서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녀야 하게 되었다.
보기에 좋았다.

한참 보고 있으니까 또 지겨워졌다.
그래서 이번엔 육식 동물들을 만들어보았다.
그러자 난리가 일어났다.
쫓고 쫓기고, 두려움에 떨고,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고,
아주 보기에 좋았다.

한참 보니까 그것도 지겨워졌다.
어떻게 더 괴롭힐 수 있을까 궁리하던 신은
섹스라는 것을 발명해냈다.
혼자서도 살 수 있는 것보다
다른 상대를 필요로 하면
훨씬 더 많은 말썽과 움직임과 고통이 생겨난다.
구애하는 놈, 거부하는 놈,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놈,
짝을 잃고 슬퍼하는 놈,
짝이 바람 펴서 질투하는 놈,
별의별 색다른 고통들이 생겨났다.
정말 보기에 좋았다.

한참 보고 있자 그것도 지겨워졌다.
이번엔 종교라는 것을 발명했다.
여기, 저기 서로 다른 다양한 종교들을 심어주자
종교를 믿는 인간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개인들끼리도 싸우고
집단들끼리도 싸우고
종교와 종교가 싸우고
종교와 무종교가 싸우고
끊임없이 싸움이 일어났다.
똑같은 얘기를 가지고서
수백 수천 년을 계속 싸워댔다.
참 보기에 좋았다.

사실은 창조놀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은 시작도 없는 무한한 과거로부터 존재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수없이 이 짓을 반복해왔던 것이다.
무한히 반복한 짓이라서
새로울 것도 재미날 것도 하나도 없지만
이것 말고 또 달리 할 것도 없다.
그래서 신은 창조했다 파괴했다
또 창조했다 파괴했다
한동안 자빠져 자다
깨어나서 또 창조하고
그러는 것이다.

새로운 건 아무것도 없어서 지겨워 죽겠는데
그래도 죽기는 싫고
그래서 신은 오래 전에 이미 미쳐버렸다.

알고 보면 저 신이라는 놈만큼
불쌍한 존재는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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