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수고비와 함께 손자를 맡기고 갔다

딱하다.
시어머니는 시어머니 나름대로 꿈이 있었다.
이제 막내아들까지 결혼시켜 보냈으니 자식들 키우는 것에 졸업했다.
만세를 부르고 싶을 만큼 가슴이 후련했다.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기분도 상쾌하기도 했다.


이제부턴 학교 동창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도 다니고,
그리고 운동도 해야겠다는 나름대로의 야무진 꿈이 살살 피어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평생을 자식새끼들 키우느라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한 세월이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모두 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 생각하고 궂은소리 못하고 지금까지 견디어 왔다.


그러나 오늘, 그 꿈은 산산 조각나 버렸다.
막내 아들내외가 맞벌이를 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손자를 맡기고 가버렸다.
자기네들도 오죽했으면 제 피붙이를 맡기고 갔을까?
안쓰러운 생각도 들지만 야속하기도 했다.
모르겠다고 야박하게 거절해야만했다.
그래야 당신이 산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입에선 '싫다'라는 말은 기예 가슴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 에미라는 게 뭔지....
시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을 토했다
. -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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