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집을 떠나 자취를 시작했다.
서너 개월 정도 지나 자취 생활에 익숙해졌을 무렵,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생겼다.

밤에 자고 있으면 새벽에 사람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너무 신경 쓰여 잠을 계속 설쳤다.
매일 아침, 수면 부족으로 강의 시간에 계속 졸기 일쑤다.

오늘도 소리가 들린다.
대체 누구일까?
오래된 아파트라 벽이 얇고 방음이 안 돼서 옆집 사람일지도 모른다.
옆집에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일까?
하지만 소리는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다.
다른 옆집은 빈 방이라 아예 소리가 날 일이 없다.

혹시 나의 환청인가?
그렇다면 녹음을 해봐야겠다.

다음 날, 녹음 한 걸 들어보니 제대로 녹음되어 있었다.
확실히 소리가 들린다.
환청이나 착각이 아니었다.

문득 숙부님이 방송국에서 음향기사로 일하시는 게 생각났다.
숙부님께 녹음한 파일을 보내드렸다.
며칠 뒤 전화가 왔다.

"미안, 기다리게 했군. 결과가 나왔는데……."
"네, 어떤가요?"

"분석해보니까 적어도 10명 이상의 사람 목소리야."
"네?!"

"그리고 네 방은 분명 지하지?"
"아, 네. 제일 밑층입니다."

"흠, 그 소리 말이지. 네 방 바로 밑에서 들리는 것 같아."  

2. 막차의 이상한 승객
회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동료들이 노래방도 가자고 했지만, 노래방을 가면 분명 막차가 끊길 것이다.
미련은 남았지만 만만치 않는 택시비를 생각하며 지하철을 타러 나왔다.

다행히 막차는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탄 것 같다.

두어 정거장이 지났을 무렵,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지하철에 탔다.

그 남자는 문이 닫히자마자,
승객들의 얼굴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28살입니까?"

남자는 내게 말을 건넸다.

"에……. 네. 어떻게 알았죠?"

신기한 마음에 되물었지만, 남자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는 49세이신지요?"
"네, 맞아요!"

"아저씨는 53세……?"
"어라, 그걸 어떻게?"

아무래도 남자는 얼굴을 보면 나이를 맞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승객들은 모두 남자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굉장하네요. 어떻게 나이를 아는 거죠? 나이가 보이나요?"

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뇨. 제가 보는 건 여러분의 수명입니다."  

3. 잠자는 미녀의 초상화
오늘, 학교에 지각했다.
지각한 벌로 수업이 끝나고 미술실 청소를 하게 되었다.

혼자서 청소를 하니 생각보다 오래 걸린 것 같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벌써 해가 져서 주변이 어두컴컴해졌다.

빨리 집에 가려고 서두르고 있는데,
못 보던 그림이 걸려있는 걸 보았다.

그 그림은 매우 아름다운 여자의 초상화였다.
특히 눈이 크고 아름답고 마치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무서워져서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학교에 가니 큰 소란이 있는 것 같다.
미술실의 그림이 도둑맞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본 건 나였기에,
미술선생님께선 나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다.

"청소할 때는 그림이 있었다는 거지?"
"그럼요, 그런데 그 그림이 비싼 건가요?"

"그 그림은 잠자는 미녀라는 작품으로 화가인 지인이 자신 딸이 잠자는 모습을 그린 거야. 금전적인 의미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화가이신 분이나 따님도 이제는 이 세상에 안 계시지."
"그렇군요……."

결국 그 그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도둑이 든 흔적은 없었던 것 같다.  

4.전학생의 누나  
어느 날 전학생이 왔다.
자리는 바로 내 옆 자리.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점점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다.

가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전학생에겐 죽은 누나가 있었다고 한다.

누나는 신경계의 난치병으로, 의식은 있지만 신체를 잘 움직이지 못하여,
죽기 전 몇 달 동안은 자주 죽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엄청 무거운 이야기를 초면에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나를 친구로 대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방과 후, 전학생 집에 놀러가기로 했다.

전학생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는데, 두 분 다 밤이 깊어야 돌아오신다고 한다.
방에서 게임하면서 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전 학교 혹은 지금 학교에 대해.

그러다가 문득,
"아, 너네 돌아가신 누나 말인데……." 라고 물어보려고 하는데,
전학생의 얼굴이 순간 바뀌면서 "그 이야기는 이제 됐고." 라며 화를 냈다.

나는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왠지 분위기도 이상해지고 거북해져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전학생에게 말을 건네자, 허물없이 대해주었다.
전학생도 어제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뭐 그리고는 친구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
전학생이 학교를 쉬었다.
선생님의 말씀으론,
어젯밤, 집에서 계속 투병생활 중이었던 누나가 죽었다고 한다.  

5. 천국에 가시 할머니  
시골에 계신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친척들이 모두 모였다.

이제 4살이 된 딸은
죽음을 인식하기에 너무 어린가 보다.
처음 온 고모할머니 댁이라 신이 나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뜰에 있는 우물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당황해서 급히 데리고 왔다.

영정사진 속의 고모할머니를 보고,
이상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 할머니 사진만 왜 장식하는거야?"

딸은 모르겠지만, 슬픈 질문이다.

"할머니는요, 천국에 가셨어요."

친척 중 누군가가 대답해주었다.
딸도 이 정도라면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딸은 이렇게 대답했다.

"응? 천국은 우물 속에 있는 거야?" 
                                       [출처]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http://thering.co.kr/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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