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흔히 말하는 못된 며느리인가?
에미야!
네가 내 앞에서 시침일 땠지만 나는 벌써 알아 차렸단다.
나도 이 나이 먹도록 느는 것은 주책 서럽게도 ‘눈치‘밖에는 없구나.
젊어서는 시어머니 눈치, 늙어서는 며느리 눈치.
다시는 안 그런다고 수시로 자신을 달래보지만
이상하게도 손자라는 천륜 앞에서는
조그만 거 하나라도 더 사주고픈 유혹이
나의 자존심을 허망하게 무너뜨리게 하는구나.
핏줄이라는 게 참으로 어쩌지 못하는가보다.
너한테 핀 찬을 들어가면서라도
자꾸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정말로 주책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에미야!
그냥 '시에미'라는 사람은 그러려니 하고
네 마음 한쪽으로 묵살시킬 순 없니?
그리고 대신 너는 마음 속으로 나를 많이 미워해라.
우리가 이러는 시간도 앞으로 얼마나 되겠니?
그러다보면 나는 힘 빠지고,
너 또한 어느 새 인생주름살이 늘어가다 보면
그 때 비로소 내 마음 조금 알 수 있지 않을까? - 강인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