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사의 회고  

나는 형사였다.
오래 전에 담당했던 행방불명 사건을 이야기 해본다.

그 날은 밤에 눈이 많이 내려 사방이 하얗게 되었었다.
증기기관차의 탈선 사고를 보고받고 현장으로 갔었다.
그 곳에서 부기관사의 시체를 발견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기관사는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 역 출발 시 역무원은 기관사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주변에 하얀 눈으로 덮인 들판이라 뛰어 내렸다고 해도 발자국이 남아 있지 않을 리가 없다. 주변에 건물이나 나무도 없고, 단선이라 다른 열차로 옮겨 탈 수도 없었다.

혹시 기관차 밑에 있지 않을까,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오래 전의 일이다.
은퇴하고 종종 생각나는 일이지만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내의 장례를 치루고 있는데, 문득 기관사가 어디로 갔는지 짐작 가서 오싹해졌다…….  

2.장례식장 화장실

친구 어머님의 장례식장에 갔다.

화장실에 가니 상복을 입은 90세 정도의 할머니께서 등을 돌리고 서계셨다.
화장실 칸은 하나 밖에 없다.

줄인 것 같아서 할머니 뒤에 섰다.
그런데 화장실 문을 보니 '사용 중' 안내가 없었다.
혹시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것 같아서 할머니께 말을 걸었다.

"저기 할머니, 화장실에 혹시 아무도 없는 거 아닐까요?"

그러자 할머니께선 천천히 뒤돌아, 미소 지었다.

"지금 어, 어머니께서 들어가 계시지……."

나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그대로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3.건망증

나는 어렸을 때부터 건망증이 심했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혼해서도 변함이 없었다.

중요한 서류를 집에 놓고 와서 아내가 회사에 서류 주러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항상 뭔가 잃어버리고 다녔고, 아내에게 늘 잔소리를 들었다.

생각해보니 혼자 있었을 때가 더 나았다.
건망증으로 늘 부부싸움이다.
아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해되지만, 계속 이대로라면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어느 날, 평소보다 격한 싸움을 하니 아내가 사라졌다.
옷도, 지갑도, 통장도 그대로. 심지어 신발도 그대로다.

경찰이 주변을 수색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괴로운 현실에서 도망치듯 집에서 나왔고, 지금은 이사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외롭다.
잃고서야 소중함을 안다고 하더니, 진짜인 것 같다.
그녀가 늘 돌아오길 빌고 있다.


4. 속옷 도둑

베란다에 널어놓았던 내 속옷을 훔친 녀석이 잡혔다.
경찰에 의하면 도둑은 근처 사는 고등학생이라고 한다.

속옷을 도둑맞은 것 자체가 기분 나쁘지만,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역시 아파트 전세가 싸다고 오는 게 아니었다.

"베란다에 서있던 머리 긴 여자에게 한 눈에 반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훔쳐 버렸다."

경찰에게 고등학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는 숏커트인 나와 남편 뿐.

혹시 착각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윗층에 이사 온 사람과 길가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 사람의 아이가 우리집 베란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언니 울어?!"

깜짝 놀라 바로 올려봤지만 베란다엔 아무도 없었다.


5. 인간관계

왜 이렇게 나는 미움 받는 걸까.

나는 항상 인간관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말주변도 없는데 자존심은 세서 어디가나 말썽이었다.
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어느새 인가 사라지고 항상 사람들에게 미움 받게 되었다.

어느 날.
(사실 도피성 여행이다.)
혼자 걷고 있는데, 오래된 램프를 발견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램프를 닦으니 램프에서 악마가 나왔다.

"오랜만에 날 나오게 해줬으니, 소원을 하나 들어주지."

나는 절박한 심정에 이렇게 말했다.

"모두 나를 싫어하지 않게 해주세요!"

악마는 사라지며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나는 기쁜 마음에 마을로 다시 돌아갔다.

……일주일 후,
나는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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