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그 잔치상을 차려야만 하나?

그는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환갑잔치를 꼭 해야만 하는가를...
모처럼 온 친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한 끼 식사를 하는 것도 그다지 나쁠 것은 없었다.
괜찮았다.
아내도, 자식들도 적극적으로 동의를 했다.
아니 동의보다는 자식들이 주선을 할테니까 그냥 가만히 계시라는 것이다.
매년 하는 행사도 아니고, 일생에 단 한 번의 행사이기에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뒤 돌아서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휴일이나 명절 때마다 자식들은 손자, 손녀들을 데리고 수시로 집에 찾아와
집에서 음식을 차려먹거나 아니면 외식을 한다.
구태여 환갑이라는 핑계로 더 크게 차려서 호화롭게 먹고 즐기기에는


많은 낭비적인 요소와 번잡스러움이 있었다.
더구나 자식들 간에도 서로 무엇을 어떻게 해드려야 제대로 효가 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나름대로 잘사는 자식들도 있고, 못사는 자식도 있다.
그 자식들의 고민이 뇌리에 파고들어 더욱 그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아니 그것보다도 더 싫은 첫째 이유가 있었다.
이 팽팽한 나이에 벌써 환갑상을 받는다는 것이 낯 뜨겁게 느껴졌다.
요즘시대에 환갑상 차려먹는 고지식한 친구들도 있나
설상 있더라도 그들 부류에는 절대로 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는 아내와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다 결단을 내렸다.

전날저녁 흩어져 있는 자식들과 친지들에게 일방적으로 통고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일찍 간단한 옷가지가 든 가방을 챙겨들고


아내랑 같이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2 3일간의 국내 자동차여행을 하기로 했다.


동해안에서 소리치며 밀려오는 파도의 잔해를 옆으로 맞으며 

아름다운 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남해안까지 둘러보는 여정.
모처럼 여행하는 아내도 어린아이처럼 좋아할 것이다.


핸드폰도 아예 꺼버렸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고 유쾌한 일인가?  -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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