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밤늦게까지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날이였습니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지하철 안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피곤했던 저도 자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눈을 뜨곤 했는데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잠들기 전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리고 없었습니다.지하철이 철로 위를 지나칠때 내는 금속성 소음만이 유독 귓가를 날카롭게 파고들었습니다.
그때,다른칸으로 이어지는 출입구 쪽에 어떤 한여자가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냥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안도감이 들었습니다만 그 마음은 찰라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여자를 보고 난 저의 마음속에 왠지 불길한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기때문입니다.
'내가 왜 이러지?'
단지 여자 한 명이 근처에 서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가만히 보니 새빨간, 너무나도 선명한 붉은 색 원피스에 그와 맞춘 듯한 빨간 하이힐 그리고 허리 까지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에 이 모든 것돠 대조되는 새하얀 피부.....모든것이 소름끼쳤습니다.
참고로 그 때는 겨울이었습니다.
계절에 맞지않는 옷차림과 강렬한 색상이 불길한 기운을 전해 주었던것입니다.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유흥업소 종사자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마음과 달리 본능은 게속 그녀를 주시하게만들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점은 그녀가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마네킹처럼 몸의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지하철도 흔들리게 마련이고 곡선 주로가 나오는데도 여자는 마치 공중에 떠잇기라도 한듯 전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과는 전혀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게속 바라보고있는데 그녀의 목이 꺾이더니 제 쪽을 향해 고개를 틀었습니다.
전 다시 한번 숨이 멎는것 같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눈은 긴 생머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히죽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있었습니다.
입술은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한쪽이 깊숙이 일그러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