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겪은 일입니다.

저희 동네 뒷산엔 금정굴 이란 곳이 있습니다. 1995년에 6.25전쟁 때 학살당한 민간인의 유골이 출토된 곳입니다.

어느 날, 저는 학교 친구들과 한밤중에 금정굴로 가기로 했습니다. 담력시험 삼아 호기심에 갔는데,  

금정굴 주변에 오니 몇몇 친구들이 포기하고 저와 다른 친구 한명, 이렇게 둘 뿐이었습니다.

손전등도 없어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둘 다 무서워 서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먼저 용기를 내어 앞장섰습니다. 친구는 바로 제 뒤를 쫒았습니다.

금정굴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아무 일도 없고 하니 안심이 됐습니다. 이윽고 내려가는데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저와 함께 금정굴에 올라 같이 돌았던 친구에게.

"야 언제 올 거야? 우리 먼저 가기 전에 어서 와."

순간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까까지 있었던 친구가 없었습니다.

친구가 먼저 내려갔나 싶어 확인 차, 그리고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에 서둘러 내려갔습니다.

한참 내려가니 중간에 포기했던 애들 속에 저와 같이 올라갔던 친구를 봤습니다.  

제 뒤에 있어야 할 녀석이 그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깜짝 놀랄 수 없었습니다.

이윽고 친구는 절 보자마자 말했습니다.

"헉, 무서워서 애들이랑 같이 포기했는데. 너 진짜 겁 없더라 혼자서도 잘 올라가던데?"

[투고] 에구머리야님     [출처]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http://thering.co.kr/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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