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4년전인 1990. 전국의 국민학생을 공포에 떨게 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홍콩할매귀신.

"고양이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가다가 사고를 당했대. 그런데 같이 있던 고양이와 합쳐져서 귀신이 됐대."

반은 할머니의 얼굴, 반은 고양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학생들의 단순한 소문에 그치지 않고, 엄숙하신 우리 교장선생님의 조회에도 등장하더니, 이윽고 방송국의 메인뉴스인 9시 뉴스에 등장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당시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어린이 인형극 태극아이 505의 악역으로 등장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했죠)

고양이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있었는 데.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가다가 사고를 당해서, 같이 있던 고양이와 합쳐져서 귀신이 되었다라는 홍콩 할매 귀신.

당시 떠도는 소문으로는 홍콩 할매 귀신이 나타나면, 손톱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 데, 초기엔 손톱을 뽑아간다는 이야기에서, 후기엔 손톱을 보여주는 행위자체가 목숨을 잃게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변모해 갑니다.

또한 하교길에 나타난다는 초기의 설정과 달리, 후기에 들어선 일본에서 건너온 화장실의 하나코 괴담과 융합되어, 학교 화장실은 물론, 학교의 으슥진 어디서나 홍콩 할매 귀신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로 변해가죠.(마치 매트릭스의 스미스요원에서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스미스요원로의 변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1990년의 대한민국을 공포에 사로잡히게 한 홍콩 할매 귀신, 사실은 서울강남 학부모의 교육열에 의한 소문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국민학생 유괴사건이 빈번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교후 학생들을 빨리 귀가시키기 위해, 퍼뜨린 소문이 홍콩 할매 귀신이다라는 거죠.(2002 1 20일에 방영된 MBC 타임머신 제10회 방영분에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묘하게 그럴 듯 합니다만...

하필이면 왜 홍콩 할매 귀신일까요? 다시 한번, 홍콩 할매 귀신의 탄생에 관해서 생각해 봅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가다가 사고를 당했대. 그런데 같이 있던 고양이와 합쳐지는 바람에 귀신이 됐대."

먼저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할머니. 하지만 한국 항공사고 목록을 찾아본 결과, 1990년엔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중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990년뿐만 아니라, 항공사고 목록에서 홍콩편 비행기는 찾아 볼 수 없었죠.

그리고 또한 같이 있던 고양이와 합쳐졌다는 설정. 하지만 애완동물과의 비행기 동반탑승은 어려운 일로, 승객칸이 아닌 화물칸에, 애완견용 우리에 넣어서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고로 사고을 났을때, 애완견용 우리의 고양이보다, 옆 좌석의 생판남인, 미국인 SAM과 먼저 합쳐졌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다면 왜 홍콩일까요? 그 힌트는 1990년에 있다고 봅니다. 제가 기억하는 1990년엔, 홍콩영화의 품이 일어났던 시절이죠.(정확히는 1980년후반부터) 당시 유행했던 홍콩영화중엔 천녀유혼같은 공포영화나, 강시선생같은 강시영화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특히 강시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죠) 그로 인해, 귀신하면 홍콩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비행기 사고로 인한 탄생은, 실제 비행기 사고에 대한 공포감이 만들어 낸 설정이라고 생각됩니다. 1983 KAL 피격사건, 1987 KAL 858기 공중폭발 참사사건. 그리고 1990년이 되기 전년인 1989 KAL기 리비아 참사 사건. 잇따른 비행기 사고가 홍콩 할매 귀신의 탄생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죠.

마지막으로, 1990년은 조직폭력배, 마약사범, 인신매매범등 사회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강력 사건들이 잇달아,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을때 였습니다. 그리하여, 어린이 유괴사건도 빈번했을 터, 그래서 아이들을 빨리 귀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홍콩 할매 귀신 괴담이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홍콩 할매 귀신은 당시 불안했던 사회의 복잡적 현상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http://thering.co.kr/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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