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물질적으로 구성된 전체, 누가 보든지 동일한,
다시 말해 시방서나 유서같이 한 번 보고 금세 알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조직체가 아니다.
우리의 사회적 인격이란 남들의 생각이 만들어 낸다.
'우리가 아는 사람을 본다'고 하는 단순한 행위마저, 일부는 지적 행위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 인간의 외모에,
그 인간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관념을 채우고,
그리고 전체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보았을 때,
그 대부분은 역시 이러한 관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이러한 관념이 그 인간의 뺨을 부풀리고,
콧날을 또렷하게 그려 내고, 목소리 울림 속에,
그것이 일종의 투명한 피막(被膜)에 지나지 않는 듯이 들어 가
그 울림에 뉘앙스를 섞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가 그 인간의 얼굴을 보고 듣고 할 때마다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 것은,
실은 이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셀 프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