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에게 부탁말씀 드립니다

시어머님이 아들의 집에 전화를 하셨군요.
마음속으론 아들이 직접받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아뿔싸. 며느리가 받았군요.
당황해 하지마세요.
불쑥 '아들 바꿔라!'고 말씀하지 마세요.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전화로 받는 말 중에서 제일 기분 나빠하는 말은
바로 자기를 무시하고 아들 바꿔 달라는 말이랍니다.
며느리 역시 시어머님의 말씀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랍니다.
시어머님도 젊었을 적 많이 겪어보셔서 잘 아시잖아요.
혹시 입장 바꿔 생각해 보셨어요?
이렇게 되면 결국엔 애꿎은 아들만 나중에 죽어나는 걸...
"자기 엄마는 왜 날 무시하는 거야?
 나한테 직접 말하면 뭐 안 되는 비밀이라도 있대?"
당연히 남편에게 돌아가는 말이 고울 리가 없지요.
시어머님.
'윗물이 맑으면 자연히 아랫물도 맑다'라는 속담 아시죠?
비록 아랫물이 흙탕이래도 위에서 계속 맑은 물을 내려 보내 보세요.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아랫물도 맑아진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히 가르쳐 준 이치랍니다.


요즘은 눈치가 빠끔 인 며느리들이 많아
"애비한테 하실 말씀 있으세요? 바꿔 드릴게요"라고 말하더라도
"괜찮다. 너랑 얘기하면 된다"라고 말씀 하세요.
그렇다고 정말 속보이게 "그래, 그래. 애비 바꿔라" 라고 절대로 말 하지 마세요.
며느리한테 책잡힙니다.


"네가 고생 많지? 손주녀석은 아프진 않아?
 애비가 요즘도 또 맨 날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건 아니니?
 겸사겸사 걱정이 되어서 전화해 한 번 넣어 본거다"


잘하셨습니다.
조금은 당황되겠지만 이렇게 순간만 넘기면 됩니다.
며느리 역시 이미 눈치 챘겠지만 애써 남편보고는 눈 흘기진 못할 겁니다.
아무리 고부지간이지만 속 보이는 말이나 행동은 좀 그렇잖아요.
모든 것은 그때, 그때 슬기롭게 넘어가버리는 것도
고부간이 살아가는 지혜랍니다

조금은 찜찜하다고요?
그렇다고 고부간의 속내를 100% 밝히시렵니까?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아주 순수한 고부 몇 사람 빼고는 조금씩은 '좋은 위선'을 가지고
서로를 대해야 무난한 고부관계를 가질 수 있답니다.
'좋은 위선' '좋은 거짓말'처럼 좋은 약이 될 수 있는 거니까
너무 찜찜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시어머님.
마음 상하지 않으셨지요?  -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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