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내 속마음까지 할퀴진 못했습니다
세월을 탓하지 마세요.
세월은 그냥 흘러가는 것입니다.
세월을 막을 사람은 세상 천지에 그 누구도 없습니다.
그냥 저 혼자 흘러가라 그러세요.
나를 할퀴고 지나쳐도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세월이란 놈은 원래 그런 놈입니다.
비록 내 얼굴의 겉가죽을 사납게 할퀴고 지나쳐
굵은 주름살을 만들고 놓았지만
세월이란 놈.
내 마음 속까지 할퀴고 지나가진 못했습니다.
그곳엔 파릇파릇 돋아나는 파아란 새싹들이 있었습니다.
그 싹들이 진정 내 모습들입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면 어떻습니까?
게의치 마세요.
그이가 날 보고 '소녀'라 하면
나는 언제까지고 꿈 많은 소녀일 뿐입니다.
또한 나 스스로도 소녀라고 자위하면
나는 영원한 소녀일 뿐입니다. - 강인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