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만 가면 남편은 왜 왕대접을 받을까?
'딸 낳은 죄인이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 사람들은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말만으로는 그 뜻을 헤아리기가 힘들다.
이젠 옛말이 되었나?
딸을 낳아 혼례를 치루고 시댁으로 보내면서 부모들은 가슴 속으로 울었단다.
이제부터 당신 딸을 매서운 시집살이 속에 집어넣게 만든
자책감에서 나온 친정 부모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 옛날 여자들은 혼기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하고
그리고는 그 시가에 뼈를 묻어야한다는 엄한 규율이 있었다.
그 철칙을 벗어나면 대대손손 내려오는 가문의 망신이 되었다.
오늘의 세태는 많이 변했다.
딸을 낳아 결혼을 시키면서 시가에 뼈를 묻어야한다고
훈계하는 부모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대신 될 수 있으면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시부모님께 공손하게 해라는
당부의 말은 잊지 않는다.
며느리를 맞는 시부모들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될 수 있는 한 아들을 위해 불필요한 간섭은 자제한다.
한마디로 결혼은 아들 내외 두 사람의 문제로 귀결시켜버린다.
그 집안의 가문은 한발 뒤로 물러섰다.
좀 더 심하게 말한다면 지금 이 시대, 가문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다.
일국의 왕손도, 대통령도, 재벌도 그런 낡은 사고는 집어 팽겨 쳤다.
당사자 둘만 좋으면 좋아 살고, 싫으면 스스럼없이 이혼해버린다.
세상 많이 변했다.
내 집에 들어 온 며느리, 내 딸처럼만 대해주면 분란은 없다.
사위 역시도 내 아들처럼 잘해주면 된다.
사위가 내 딸을 자기 몸처럼 아끼며 사랑해 준다면
친정부모는 그것보다 더 고맙고 기쁜 일은 없다.
갈비찜, 닭백숙 아니라 더한 것을 대접해줘도 마음 쓰임이 서운하다.
이 모두가 다 내 딸을 위해서다. - 강인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