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어머니 흉 좀 볼까요?

원래 여자들 동기 동창모임이라는 게 그렇다.
죽이 맞는 몇몇 친구들끼리 그룹지어 모이기만하면
쑥덕쑥덕, 재잘재잘, 남편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에 정신없다.
그런 와중에 시어머니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모두들 열 받친 듯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들으나마나 좋은 소리는 하나도 없다.
모두가 다 흉이다.


- 아휴~! 나는 지지리 복도 없어. 시엄씨, 이틀이 멀다하고 불쑥불쑥 찾아와
  감놔라, 배놔라 한다니까, 글쎄...

- 잘난 아들 장가보냈으면 그만이지, 제발 내 앞에서아들! 아들!’소리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 시집에 갈 때 명품가방 한 번 들고 가지 못한단다. 무슨 소린지 알지?
- 하루 종일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세탁기 돌리고...

  시집에 갔다가 오는 날은 난 거의 죽음이란다.
- 남편이란 작자, 하는 소리 좀 들어볼래?
  한 달에 겨우 한 두 번 시집에 가서 일하는 거 가지고 뭘 그렇게 난리 부르스야?

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 ! 기집애야, 넌 왜 꼬리를 감추고 있니? 니네 시어머닌 없어?
그렇다. 입 다물고 있으면 또라이 취급받는다.
나도 어쩔수 없이 입을 열어야한다.
- 후후후... 우리 시어머니?
  글쎄 시집에 갈 때마다 주방에 쫓아들어가는 나를 식탁 의자에 꼼짝 못하게 묶어놓고
  당신이 혼자 저녁 밥 짓고, 그리고 설거지까지 하시잖니?
  내 집 살림은 내가 해야 시원하다고 하시면서 말이야...

  나는 하는 일이 겨우 상차리는거 뿐이란다.
  한마디로 우리 시어머니는 성격이 넘 깔끔하신 게 흉이지 뭐

  나도 흉봤다. ! 이제 됐니?

나도 친구들처럼 큰소리로 시어머니 흉(?)을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내 주위에서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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