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어머니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그렇다.
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최고학부를 나왔다.
부유한 가정에서 부족함이 없이 자라왔다.
이 시대의 첨단을 걷는 소위 워킹우먼이다.
사회에서도, 회사에서도 모두가 하나같이 내 능력을 인정해주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리고 여느 여성과 비교 해봐도
나는 빠질게 하나도 없었다.


결혼을 했다.
시부모와 가족친지들 모두 반갑게 맞아주었다.
모든 것은 내 생각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
나는 점점 더 도도해져가는 며느리였다.
세상 살아가는 내 앞길엔 거칠게 하나도 없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험한 세상을 꿋꿋이 지내온 시어머니는 한수 위이셨다.
내 행동 하나, 하나에 일일이 상관하지 않으시고 미소로만 받으셨다.
철없이 기고만장했어도 내 마음 상할까봐 모른 체 하셨다.
그리고 당신이 앞서서 손수 모범을 보여주셨다.
시어머니는 그 숱한 나날, 당신의 가슴속에 나를 품어 계속 어루만져 주셨다.


숱한 세월을 꼿꼿이 살아오신 시어머니는
내가 본받아야 할 인생의 대 선배이셨다.
어머님.
몸소 움직여 내 어리석음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신
소리 없는 가르침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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