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들이 ‘평생웬수’를 알아?
'원수'가 아니다.
'웬수'다.
누가 지어냈을까?
생각해보면 볼수록 참 잘 지어낸 말이다.
‘웬수’라는 두 글자만 있으면 재미없다.
‘평생웬수’라는 네 글자가 서로 붙어다녀야 더 친근감으로 다가온다.
왜냐면 ‘평생웬수’속엔 남녀 간의 떨어질 수 없는 애증이 골고루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네 글자는 우리가 미워할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아주 끈적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승에서 ‘웬수’로 만났다는 것은 이미 전생에서 삼천 번이나
어깨를 스치면서 지나친 인연으로 부부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승의 부부는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생웬수'가 '천생연분'으로 된 것이야말로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웬수'로 맺어진 부부는 평생을 '원수'처럼 아옹다옹 하면서 살아간다.
살아가는 인생 고비마다 어느 때는 미움도 생기고,
또 어느 때는 측은한 사랑도 생긴다.
부부란 이렇게 미움과 사랑이 교차하면서 운명을 다하는 날까지 끈덕찌게 살아간다.
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 소주 한잔을 나누면서 취한 척 말한다.
- 짜식, 평생을 지지고 볶고 하면서도 결국엔 헤어지지 않고 멋지게 살다 갔어.
이구동성으로 인생을 잘 마무리했다는 칭송들이다.
취객의 말을 역으로 고쳐서 말한다면
누구나가 삶의 중간에 ‘웬수’가 하루아침에 철천지‘원수’로 돌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승에서의 부부 만남은 이렇게 아슬아슬하다.
그 아슬아슬한 고비를 여러분은 잘도 넘기며 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CF에 나온 원로배우 신구씨의 버젼으로 말해 본다.
“니네들이 ‘평생웬수’를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