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시절, 어느 마을에 맹()씨와 강()씨가 이웃을 하고 살았다. 맹씨와 강씨는 두 집 사이의 담벼락에 박을 심어 박이 열리면 함께 내다 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박이 여물어 이윽고 박을 켜자, 그 안에서 예쁜 여자아이가 나왔다. 두 사람은 이 아이를 하늘이 주신 아이라 여기고 박을 함께 심었던 것처럼 아이도 함께 기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아이를 맹강녀라 부르게 되었다.

맹강녀가 자라 어엿한 처녀가 되었을 때, 진시황은 북방 이민족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고 있었다. 수많은 백성들을 동원해 밤낮없이 성을 쌓았으나, 성벽은 맥없이 무너져내리기 일쑤였다. 이에 진시황이 점쟁이를 불러 알아보니 점쟁이가 하는 말이, "장성이 꼭 1만리이니, 1리에 한 명씩 산 사람을 재물로 묻어 버리면 성이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1리마다 한 명씩 장정을 생매장하니 온 천지가 곡소리로 가득해 그칠 날이 없었다. 이를 들은 한 신하가 너무나도 많은 백성이 희생되리라는 생각에 다른 제안을 하였다. "1만명을 하나씩 묻을 필요 없이 이름이 만()인 자를 찾아 한 명만 묻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진시황은 곧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결국 만이라는 이름의 사내를 찾아내었다. 만은 죽음을 면키 위해 도망을 가다가 어느 집으로 뛰어들었는데, 공교롭게도 맹강녀의 집이었다. 맹강녀는 마당에 있는 연못에서 목욕을 하며 "내 벗은 몸을 보는 이가 누구이든 그에게 시집가리라"하는 노래를 읊조리고 있었다. 이를 들은 만이 맹강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니, 만과 맹강녀는 혼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혼례식날 들이닥친 병사들은 만을 잡아갔고, 홀로 남은 맹강녀는 남편이 끌려간 곳을 수소문하며 남편에게 입힐 따뜻한 옷을 챙겨 만리장성을 찾아갔다. 그러나 장성에 도착해 남편이 이미 희생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맹강녀는 성벽 앞에서 피를 토하듯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하도록 해 달라고 울부짖는다. 서러운 곡소리에 성벽 한 군데가 갑자기 무너져내리고, 그곳에서 죽은 남편의 유골이 드러났다. 맹강녀가 손가락을 깨물어 자신의 피를 유골 위에 뿌렸더니 그 피가 유골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에 남편임을 확인한 맹강녀는 오열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진시황은 호기심을 가지고 맹강녀를 데려와 살폈는데, 그 미모에 반하여 측실로 들이려 하였다. 맹강녀는 순순히 이를 승락했는데, 다만 남편의 49제를 올려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 준다는 조건 하에 받아들인 것이었다.

약속대로 만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거행되었고, 맹강녀는 남편을 위해 강가에 차려진 단 위에 올라가 외치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이 진시황의 폭정과 잔혹함에 대한 힐난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하얗게 질렸으나, 진시황은 이를 그저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맹강녀는 말을 마치고는, 강으로 몸을 던져 자결하고 말았다. 그러자 담담하던 진시황의 분노가 폭발했고, 맹강녀의 시신을 건져다가 살점을 뜯고 뼈를 토막내어 다시 강에다 던져 버렸다. 그러자 그 한 조각 한 조각이 모두 은어로 변해 유유히 헤엄쳐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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