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가 알을 낳고 사는 곳은 주로 바위틈이나 깊은 굴이라 한다.
부엉이는 이런 곳에 요람을 만들고 살아가는, 주로 밤에만 활동하는 날짐승이다.
비라도 축축히 내리는 날 부엉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을씨년스럽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은 누구나 가지는 감정일 것이다.
밤에만 활동하는 짐승이고 조금 무섭게 생긴 때문인지, 부엉이에 얽힌 이야기도 심심찮게 많다.
우리 고장에도 부엉이에 얽힌 전설이 몇가지 전해오는데, 원북 방갈리 민어도라는 섬에도 부엉이가 많이 살았던지 그 곳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있다.
민어도 뒷쪽 해안은 거의가 절벽같은 바위가 많은데 그 바위 틈에 부엉이가 집을 짓고 살았다 한다.
아주 오랜 옛날, 민어도에는 인가가 한 채 밖에 없었는데, 이 집에는 홀어머니를 모신 청년이 삽살이를 데리고 살았다 한다.
지금은 민어도에 민가가 한 채도 없다.
한 때는 10여 호가 살았었는데, 6.25 때 피해도 있었고 하여 민간인보호 차원에서 철수 시킨 때문이다.
이 설화는 효성이 지극한 청년의 이야기로부터 생겨난 이야기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청년은 바닷가에 나가 고기도 낚고 해산물을 채취하여 육지로 나가 양식과 바꾸고, 생활필수품을 장만하며 어머니께 지극한 효성을 다했는데, 어느 해 어머니가 발병하여 위독하게 되었다.
가난한 청년은 어머니를 의원에게 보여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의원을 모셔올 수가 없어 근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가 없어 청년은 멀리 태안에 용한 의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 사정을 하였다.
의원은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청년의 청이 하도 간절하고 또 그 효성에 감동이 되어 청년을 따라 나섰다.
그러나 의원은 환자를 진맥하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갸웃둥하며 입맛을 쩍쩍 다시는 품이 불치의 병임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청년은 불길한 마음을 억누르며 의원에게 물었다.
“늦었어, 어머니 병환은 치료 시기를 놓친거야. 내 힘으로는 자당의 병을 고칠 수가 없다네.”
“하지만 죽을 병에도 살아날 약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한가지 귀중한 약이 있기는 있지. 그런데 그 약은 구하기가 힘들고, 약값이 너무 비싸서 우리같은 사람은 쳐다 볼 수도 없다네.”
그러면서 의원은 그 약값이 쌀 100석 값과 맞먹는 거금이며, 그것도 구하기 힘들어 자기가 아는 서울의 어느 약국에 부탁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 돈이 있어 약을 사러 간다해도 열흘은 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병은 열흘을 넘기기가 힘들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의원은 가고 말았다.
청년은 난감했다.
그리고 슬펐다.
돈이 없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쌀 100석 값만 있으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을텐데, 청년에게는 당장 쌀 한말 값도 없었다.
청년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 동이 틀무렵 밖으로 나왔다.
바닷가에 일찍 나가 고기잡이를 하려는 것이었다.
청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기르고 있던 삽살이가 반갑게 맞으며 낑낑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삽살이는 청년의 바지를 물고 자꾸 끄는 것이었다.
이 삽살이는 몇년전 청년이 갈머리 동네에 나갔다가 길거리에 병들어 쓰러져 있는 것을 집으로 안고 와서 정성을 들여 간호해 준 그 강아지였는데, 다행히 건강을 되찾아 지금은 큰 개가 되었고, 청년은 이 삽살이를 한식구처럼 기르고 있는 터였다.
강아지의 이상한 짓에 청년은 왜 그러는가 하고 강아지가 끄는대로 따라갔는데, 강아지는 뒷산 너머 절벽으로 주인을 인도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로 나를 이곳까지 데리고 왔느냐?”
그러자 삽살이는 어느 바위틈 앞에서 멈춰서더니 바위틈을 향하여 컹컹하고 짓는 것이었다.
그러자 안에서 큰 부엉이 한쌍이 나오더니 저쪽 바위로 날아가 앉아 큰 눈으로 청년을 응시하고 있었다.
삽살이는 부엉이가 나온 바위틈으로 들어가더니 주인에게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청년은 점점 알지 못할 궁금증이 일어났으나, 삽살이를 평소 아끼고 믿었기에 삽살이가 하는 대로 따라 들어갔다.
바위틈의 처음 입구는 아주 좁아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수 밖에 없었으나 안으로 들어갈 수록 점점 넓어져 큰 방만한 넓이로 변했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그런데, 삽살이가 왜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까?”
청년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삽살이가 다시 컹컹 짖으며 발로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청년이 쳐다보니 아! 그곳에는 찬란한 빛이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비치고 있었고, 삽살이는 그 앞으로 달려가 청년에게 오라고 꼬리를 흔들며 법석을 떨었다.
청년이 그 빛나는 곳으로 가보니 거기에는 금은 보화가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찬란한 빛은 이 보석에서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청년은 이 기막힌 사실 앞에 그저 어안이 벙벙하여 꼼짝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은 이 보석만 있으면 어머니 병환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과 고마운 생각 뿐이었다.
“삽살아, 네가 나를 도와주었구나. 내가 지금 돈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네가 알았구나.”
청년은 삽살이를 끌어안고 한동안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그 보화를 옷을 벗어 담아가지고 굴 속에서 나왔다.
그러자 지금까지 바위에 앉아 있던 부엉이 한쌍이 다시 날아오더니 굴 속으로 들어갔고, 삽살이는 굴 속을 항하여 컹컹 짖으며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쪼아리고는 주인에게 가기를 재촉했다.
이 보물을 얻은 청년은 그 길로 태안 의원을 찾아간 것은 물론이고, 의원은 말 한필을 얻어 타고 서울로 달려가 그 귀한 약을 구해 가지고 와서 죽음 직전의 환자를 소생시켰다 한다.
후세 사람들은 삽살이가 은혜를 갚았다고 했다.
자기가 길거리에서 쓰러져 죽게 된 것을 청년이 구하여 준 이후 지금까지 한 식구처럼 살아오면서 청년의 모든 사정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의 약값이 없는 것을 알자 부엉이와 의논하여 부엉이로 하여금 서울의 부자집에서 금은 보화를 물어다가 놓게 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 그랬다.
이는 사람들의 말대로 삽살이와 부엉이의 합작에 의하여 이루어진 눈물겨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인간과 동물의 순수한 사랑과 인간의 근본 도리인 효도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불효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개만도 못하다고 하며, 배은망덕하는 사람을 가리켜 짐승만도 못하다고 한 말도 이래서 생겨난 말이 아닐까.
그 후로 사람들은 부엉이 굴을 찾으려고 해안의 절벽을 모두 뒤졌다는 얘기다.
부엉이 굴하나만 발견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부엉이 굴을 찾았지만, 한 사람도 금은보화가 가득한 부엉이 굴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부엉이굴을 찾기에 혈안이 되었으며, 굴 속에 손을 넣었다가 뱀에 물리기도 하고, 부엉이의 날카로운 발톱에 손등을 찢기는 일도 있었다 한다.
뒷 이야기로 전해져오는 말은 그 청년은 어머니를 모시고 뭍으로 나와 남은 돈으로 농토를 준비하여 호의호식하며 살았고, 예쁜색시까지 얻어 자식을 낳고 다복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살삽이도 늙어 죽었는데 주인은 삽살이를 옛날 부엉이 굴 옆에 묻어주고 삽살이를 기리는 비석까지 세워주었다 한다.
모두 전설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의 민어도는 섬이 아니다.
태안화력발전소 건립으로 육지로 이어지는 큰 길이 생겼고, 아름다운 경관마져도 간데가 없다.
부엉이의 서식지도, 갈매기의 삶의 터전도 사라져 가고 있다.
이 곳 민어도 인근에는 지금 이원지구 간척사업이 막바지로 전개되고 있는데, 머지않아 많은 농경지가 새로 생겨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