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조암은 커다란 목탁
화암사 ‘수바위’에는 인간의 욕심에 경종을 울리는 전설도 있다.
스님들이 시주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꿈에 나타난 백발노인의 말대로
수바위에 가서 지팡이를 흔들었더니 쌀이 나와 별 어려움 없이
불공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잿밥에만 눈이 먼 어떤 객승이 백만 석의 꿈을 안고
이곳을 찾아 지팡이를 수없이 흔들어댔으나 붉은 피만 흐를 뿐,
영영 쌀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외설악 신흥사 주변에도 여러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서북계곡으로 따라 올라가 산마루에 올라서면 보이는 ‘울산바위’.
이곳은 금강산이 만들어질 때, 울산(蔚山)에서 둘레가 10리나 되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가다가 이미 자리가 다 차서 이곳에 눌러앉았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전설과는 달리 울산(鬱山)바위의
울(鬱)은 울타리처럼 생겼기에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이 전설이 조선시대에 이르자 또 다른 이야기가 덧붙여졌다.
유생들의 기세가 등등하던 시절, 울산부사가 이 바위의 지세(地稅)를 물라며
신흥사 주지에게 횡포를 부리자 영리한 동자승이 꾀를 내어 도로 울산으로 옮겨가라 했다.
한술 더 떠서 타고 남은 재로 새끼를 꼬아 묶어주면 바위를 옮기겠다는 억지에,
새끼를 꼬아 울산바위를 감은 후 태워버려 난처함을 슬기롭게 극복했단다.
울산바위 바로 밑의 ‘계조암(繼祖庵)’은 다른 암자와 달리 지붕과 벽이 모두 바위로 돼 있다.
득도하기 쉬워 고승이 계속해서 났다 하여 ‘계조(繼祖)’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한 스님이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던 어느날,
계속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잠도 이루지 못한 채 염불을 하다가 어느 사이에 득도를 이루게 됐다.
떠나는 마지막 날, 꿈 속의 노승이 일러준 대로 멀리서 계조암을 바라보니
꼭 계조암의 지붕바위가 목탁이고 그 옆의 산줄기가 목탁 방망이처럼 생겼더란다.
큰 목탁 속에서 수도를 하니 어찌 득도가 빠르지 않겠느냐는 계조암의 내력이다.
또한 이곳은 여름이면 매미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매미 울음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이들을 벙어리로 만든 도사를 피해 도망 온 한 떼의 매미들이
동료의 신세를 슬퍼해 그들의 몫까지 울어주기 때문이란다.
신흥사 조금 못 미쳐 소공원에서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해발 860미터의 험준한 돌산에는 옛 성터인 ‘권금성(權金城)’이 있다.
옛날, 이 마을에는 권 장사와 김 장사가 살고 있었는데
병란을 당해 가족과 함게 산 위로 피난했다가 적병들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이 하룻밤만에 성을 쌓아, 이들의 이름을 따서 ‘權金城’이라 부른다는 유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