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구두쇠 형의 뉘우침

소사고을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형은 수백 섬 농사를 짓는 부자 였으나, 동생은 먹고 살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동생은 동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방아를 찧어 주고 쌀을 얻고 겨도 얻어다 자식들 하고 먹고 살았다.
그러나 형은 수백 섬 농사를 짓지만 좀처럼 동생에게 쌀 한 되박도 주지 않았다.  
렇게 살다가 동생이 죽었다.
해가 바뀌어 동생의 제삿날이 되었다.  

그래서 과부가 된 계수가 시아주머님한테 찾아가
"내일 저녁이 애 아빠의 제삿날인데 쌀밥과 과일이라도 올려 놓아야지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어떻게 하겠습니까?"고 물었다.
시아주버니가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자 계수가
"돈 얼마만 주시면 과일과 쌀을 사서 제사를 지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시아주버니가 그럼 그렇게 하라고 돈을 주었다.  
그리고는 돈을 주되 제삿날 제사를 지내고
나서 바로 빌려준 돈을 돌려 달라고 했다.
계수는 어쨌든 제사는 지내고 봐야 하겠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계수는 그 돈을 가져다가 제사를 지냈는데 시아주버니도 꼭 참석을 하셔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시아주버니는 꼭 참석 할테니 염려 말라고 했다.
시아주버니가 제사지내는 것을 참석하여 제사를 다 마쳤다.  

그리고는 계수에게 제사때 빌려 쓴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계수는 돈을 빌려다.  
제사를 지내긴 했으나 다 쓰고 드릴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시아주버니는 계수가 시집올 때 해온 옷아라도 내놓으라고 했다.  

계수는 돈 될 것은 이 채단 밖에 없으니 가져 갈테면 가져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수가 생각하기를 세상에 그렇게 고약한 사람이 없는지라 큰 댁과 의를 끊은 채 내왕을 하지 않았.
그러다가 시아주버니의 환갑이 되었다.
때는 봄이라 마당에 벼를 수십 가마니 널어 놓았다 

병아리가 벼를 쪼아 먹는데 솔개가 병아리 세마리를 딱 낚아채어 날아갔다.  
시아주버니가 이것을 보고 자기 팔자에 삼백 석 위에 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아리 한 마리에 백 섬씩 삼백 석 농사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환갑날 잔치를 크게 차리라고 했다.  

술도 몇 독을 해 담고 돼지도 몇 백근씩 나가는 놈을 여러 마리 잡아서 생일잔치를 성대하게 차려 놓았다 
그리고는 근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모두 음식 먹으려 오라고 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죽은 동생 제사에 밀려 쓴 돈을 채단으로 갚으라고 하는 지독한 구두쇠가 환갑잔치를 벌린다니 어디 한 번 가보자 고 모여 들었다.
환갑날 아침에 체면상 계수와 조카를 불러와야 하였기에 아들 며느리 보고 모셔 오겠느냐고 했더니 아버님이 지은 죄가 있어서 절대 못 모셔 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마누라에게 시키니까 마누라도 못 데려온다고 했다 
아무에게 물어봐도 모셔 오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모셔올 수 밖에 없다고 하며 생일 아침에 계수에게 찾아갔다.
"일어나셨느냐?"고 수차 불러도 계수는 대담을 하지 않았다.  

계수는 시아주버니가 환갑인 것을 알고 있었으나 대답을 하지지 않은 것이다.
시아주버니가 하도 불러대며 야단법석을 떨자 계수는 하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아주버니는 오늘이 내 환갑이니 가시자고 했다.  
그러나 계수는 아무개네 방아를 맞춰 놓아 못 가겠다고 했다.  
시아주버니와 계수가 서로 승갱이를 하다가 시아주버니가 계수와 조카를 억지로 데려왔다.
그리고는 해 놓은 옷을 입으라고 했으나 안 입는다고 하자 억지로 입은 옷을 벗기고 새 옷을 입혔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내가 이렇게 지독하게 해서 삼백 석을 했습니다. 동생도 내 본을 받아 지독하게 벌면 밥이라도 먹고 살 줄 알았더니 그만 명이 짧아 죽었으니 이제 계수님을 내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벼 몇 백 가마 하고 논 몇 섬지기를 떼어 드릴테니 이만하면 넉넉히 잡수실 수 있을 겁니다."  

하고 말하면서 잔치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공표를 하였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리서 동생네도 잘 살 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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