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토끼와 바보 호랑이

먼 옛날의 일이었다.
경기도 소사고을(현 부천시)에 사는 호랑이가 하루는 배가 고파서 어슬렁 어슬렁 헤메다가 토끼를 만났다.
"이놈 토끼야 잘 만났다. 나는 지금 배가 고파서 견딜 수 없다. 너를 잡아먹어야겠."  
호랑이의 말에 토기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영리 하기 이를데 없는 토끼는 얼른 꾀를 냈다.
"호랑이님. 그렇게 배가 고프셔요? 그렇다면 나 보다 맛있는 구운 떡을 드리지요."
토기는 조그만 차돌 몇 개를 호랑이에게 내 보였다.
"그게 정말이냐? 그럼 어디 구운 떡을 먹어보자."  

호랑이는 솔깃했다.  
그러자 토끼는 재빠르게 나무와 검불을 모아다가 불을 피우고 그 위에 차돌을 얹었다.
"호랑이님, 떡을 먹으려면 간장이 있어야 하니까 내 어른 마을에 가서 간장을 얻어 올께요."
"내가 몹시 배가 고프니 빨리 갔다 와야 한다."
", 여부가 있겠어요."  

호랑이의 말이 떨어지자 토끼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망을 쳤다.  
호랑이는 토끼에게 속은 줄도 모르고 이제나 저제나 하고 토끼를 기다렸.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토끼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놈이 어딜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단 말인가? 간장이고 뭐고 우선 먹고나 보.'  

이렇게 생각한 호랑이는 불에 달구어진 차돌을 삼켜 버렸다.
"! 뜨거."  

호랑이는 뜨거워서 쩔쩔 맸다.
'앙큼한 녀석에게 내가 속았구나!'  

그제서야 토끼에게 속은 사실을 깨달은 호랑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놈 어디 두고 보자. 또 만나면 당장 삼켜 버리고 말테다."  

호랑이 는 잔뜩 별렀.
며칠 후 호랑이는 대나무 밭 근처에서 또 토기를 만났다.
"이놈! 잘 만났다. 네놈이 먼저는 날 속이고 도망을 쳤다만 이번에는 어림도 없."  

호랑이는 입을 딱 벌리고 당장에 토끼를 삼켜 버리려고 하였다.  
토끼는 동그란 눈을 더 욱 크게 뜨면서,
"호랑이님 잠깐만 참으셔요. 그렇게 너무 화 낼 것도 없잖아요. 그 대신 오늘은 제가 아주 맛있는 것을 드리겠어요."  

하고 살살 달랬다.
"뭔데?"  

호랑이는 화가 한풀 누그러졌다.
"저 호랑이님, 눈을 딱 감고 입을 크게 벌리고 앉아 계셔요. 그러면 제가 참세떼를 몰아서 호랑이님 입으로 들어가게 할 테니까요."
"정말이냐!" 

호랑이는 다짐 받고 나서 눈을 감은 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토끼는 곧 대나무 밭에 불을 질렀다
그러자 참새떼가 날아오는 소리가 났으나 참새는 도무지 입에 들어오지 않았다.  
호랑이는 별안간에 엉덩이 부근이 뜨거워 오므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토끼는 간곳이 없고 대나무 밭은 온통 불바다였다.
"이크! 큰일 났구나. 어서 달아나자."  

호랑이는 가까스로 불길을 벗어났다.
"엉끔한 토끼 놈에게 또 속았구나. 다음에는 정말 가만 놔 두지 않겠다."  

화가 날대로 난 호랑이는 치를 떨었다.
몹시 추운 겨울 어느 날 토끼는 또 호랑이에게 들키고 말았다.
"호랑이 님 그간 안녕하세요?"
"요 앙큼한 놈, 잘 만났다. 이번에는 절대 안 속는다."  

호랑이는 화를 버럭 냈다.
그러나 토끼는 또 감언이설로 호랑이를 꾀었다.
"호랑이님 이번에는 물고기를 잡아드릴께요."
"또 속을줄 알고?"
"아니예요, 호랑이님 꼬리로 물고기를 잡아 먹을 수 있어요."
"뭐 꼬리로 고기를 잡는다고?"
"네 꼬리를 물 속에 담그고 가만히 있으면 내가 저 위에서 고기를 몰아 올 테니까 내가 신호를 할 때까지 움직이면 안돼요. 그러는 동안에 꼬리에 고기가 가득히 붙을 거예요"  

호랑이는 토기가 하라는 대로 했다.
호랑이가 물 속에다 꼬리를 담그자 토끼는 멀리 도망을 치고 말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토끼에게서 연락이 오지 안았다 

날은 저물고 날씨는 더욱 더 추워졌다.  
호랑이는 몸을 조금 움직여 보았으나 어쩐지 몸이 무거운 것 같았다.  
꼬리가 얼어 붙은 줄 모르는 호랑이는 그것이 고기가 많이 붙어서 무거운 줄로 알고 좋아했다.
호랑이는 고기가 더욱 많이 달라 붙도록 더 참고 견디었다.
"이제는 잡아 당겨야겠다."  

호랑이는 온 힘을 다해 얼어붙는 채 꼼짝도 않은 꼬리를 잡아 당겼다.
"이크! 이번에도 그 앙큼한 토끼 놈에게 또 속았구나!"  

호랑이는 그제서야 또 다시 속은 줄을 알았으나 토끼는 이미 아주 먼 곳으로 도망쳤기때문에 소사고을에서는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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