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제 목 : `박쥐`의 어원
`박쥐`는 사람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짐승이지요. 우선 징그럽다고 하고, 또 밤에만 나돌아 다녀서 그런지, `남몰래 밤에만 음흉하게 일을 하는 사람`을 욕할 때, `박쥐 같은 놈`이라고 하지요. 이 `박쥐`에서 `쥐`는 그 뜻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왜 `박`이 붙었으며, 또 그 `박`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박쥐`는 원래 `밝쥐`였지요. 아마도 `눈이 밝다`는 뜻으로 `밝-`이 쓰인 것 같습니다. 박쥐가 초음파를 발사하여 그 반사음을 포착하여 방향을 조정해서 야간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니까, 그 전에는 `눈이 밝은 쥐`로 이해할 만도 하겠지요.
22. 제 목 : `총각`의 어원
국어에서는 남녀를 나타내는 말이 무척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혼인할 나이가 된 성인 남녀를 지칭할 때에는 `처녀` `총각`이란 한자어를 사용합니다. 그 중에서 `처녀`는 그 단어 속에 `여`가 들어 있어서 그 뜻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지만, 아마도 `총각`은 그 어원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한자인 `총`은 지금은 `다 총` 등으로 `모두`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지만, 원래는 `꿰맬 총`, `상투짤 총` 등으로 쓰이던 것입니다. `각`은 물론 `뿔 각`이고요.
중국에서나 우리 나라에서 아이들이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맨 머리를 `총각`이라고 했었습니다. 이런 머리를 한 사람은 대개가 장가가기 전의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머리를 한 사람을 `총각`이라고 한 것이지요. 옛날에는 어린 소년들에게도 `총각!`하고 불렀습니다. 이것을 마치 어린 소년을 높여서 부르는 것처럼 생각한 분은 안 계신지요?
여기에서 `더벅머리 총각`이라는 말도 생겼지요. 어떤 사람은 `떡거머리 총각`이라는 말도 쓰는데, 이때의 `떡거머리`가 무엇을 나타내는 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사전에도 `떡거머리`란 단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연유해서 생긴 단어가 또 있습니다. 그것은 `총각김치`란 말입니다. `총각김치`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듯, 손가락 굵기만한 어린 무우를 무우청째로 여러 얌념에 버무려 담은 김치를 말하는데, 그 어린 무우가 마치 `총각`의 머리와 같은 모습을 닮아서 생긴 단어입니다. 그런데 처녀들은 그 `총각김치`란 단어 자체나 또는 실제의 김치를 기피하곤 했었습니다. 그 총각김치가 마치 총각의 생식기를 형상하는 것에서 생긴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니, 처녀들은 이제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총각김치를 드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23. 제 목 : `딴따라패`와 `깡패`의 어원
요즈음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연예인들을 `딴따라패`라고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전에는 곧잘 `딴따라패`라고 얕잡아 부르곤 했습니다. 언뜻 들어도 `딴따라`가 나팔 부는 소리와 같아서 연예인들의 행동을 나타나게 되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갔었습니다. 옛날의 풍각쟁이들처럼 그 행렬의 앞에서 북치고 장구치는 사람들을 연상했을 테니까요.
이 `딴따라`가 우리 국어의 의성어에서 온 것 같지만, 실상은 영어의 의성어에서 온 것입니다. 영어의 `tantara`의 음을 빌려 온 것이지요. 나팔이나 뿔나팔 등의 소리를 말합니다. 그래서 이 소리를 빌어 와서 `딴따라`라고 하였습니다. 어쩌면 이들을 국어의 의성어 `딴따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어에서는 `딴따라`라는 의성어는 없습니다.
이처럼 의성어는 언어마다 유사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영어에서 `flag`는 `깃발`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국어의 `펄럭펄럭`을 연상시키지요? 물론 영어의 `flag`는 의성어에서 온 단어입니다. 영어를 빌어 온 단어 중에서 우리가 늘 쓰는 것 중에 `깡패`란 말이 있습니다.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이 `깡패`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어원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해방 뒤에 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 오게 되고, 이들의 통조림통인 `can`에다가 한자어인 `통`을 붙인 `깡통`을 거지들이 이용하면서, 이들 못된 짓을 하는 `거지패`들을 `깡패`라고 했다는 설이고, 또 하나는 영어의 `gang` 즉 `깽`을 일본에서 `걍구`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국어에 들어 와서 `패거리`의 `패`를 붙여서 이들을 `깡패`라고 하였다는 설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후자가 더욱 그럴 듯합니다. 왜냐하면 `깡으로`(억지스럽게)등의 단어가 쓰이기 때문입니다.
24. 제 목 : `우두머리`의 어원
지금은 `우두머리`라는 단어가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마치 `두목`이란 한자어처럼 `도둑의 괴수`인 것처럼 사용되고 있지요. 그러나 옛날에는 `우두머리`란 단어는 비칭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경칭은 아니었습니다. `우두머리`는 한자어인 `위두`(할 위, 머리 두)에 고유어인 `머리`가 합쳐진 합성명사입니다. `위두`는 보통 `위두하다`라는 형용사로 쓰이어서 가장 위가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위두머리`의 `위`가 단모음화되어 `우`가 됨으로써, 오늘날 `우두머리`가 된 것입니다.
25. 제 목 : `한 살`의 `살`과 `설날`의 `설`의 관계
우리 나라에서는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된 아기가 나이로는 `두 살`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 해가 지나면 자연히 한 `살`을 먹게 되니까요. 음력 섣달 그믐날에 태어난 아기가 그 다음 날, 그러니까 `설날`만 되면 비록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된 아기지만 금방 두 살이나 됩니다. 서양에서는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두 살이라고 하는 사실에 대해서 의아해 하는 분도 많지만, 그 생각은 서양식 교육의 영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나이 계산 방법에 의하면 그 아기는 분명히 두 살입니다. 왜냐구요? 우리 나라에서는 태어나면 곧 한 살이 되고, 다시 한 `설`을 지나면 한 `살`을 더 먹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도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해서, 태어나자 마자 한 살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한 살씩 더 먹는 날을, 서양처럼 각자 생일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정하지 않고 모두 `설날`로 정한 것이지요. 이러한 생각이 서양사람들의 사고에 비해 얼마나 인간적이고 합리적인가요?
그래서 한 `살`을 더 먹기 위해서는 한 `설`을 지나야 합니다. 옛날에는 `한 살, 두 살 다.
이렇게 국어의 단어는 만들어졌습니다. 매우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새로운 뜻을 가진 사물이나 현상이 생기면, 이것에 전혀 생소한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단어들의 자음이나 모음을 바꾸어 가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갑니다. 이것을 보통 `단어의 파생`이라고 합니다. 우리 국어에서는 이와 같이 모음만 바꾸어서 그 뜻을 조금씩 바꾸어 간 것이 무척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1) `머리`와 `마리` : `머리`가 하나이면 `한 `마리`지요. 그래서 옛날(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사람의 `머리`도 `마리`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한 사람을 `한 마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2) `남다`와 `넘다` : `남으면` `넘치지요`? 아니면 `넘으면` `남는` 게 되지요.
(3) `낡다`와 `늙다` : 사람이 `낡으면` `늙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낡다`는 옛날에는 `다`는 다른 사물에만 쓰는 단어입니다.
(4) `맛`과 `멋` : `맛`이 있어야 `멋`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 이외에도 이른바 의성 의태어는 모음을 달리 해서 그 조그마한 뜻을 바꾸는 일이 너무 많지요. 다음에 드는 예문에 속한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는 상상만 해 보세요.
26. 제 목 : 다방의 `레지`의 어원
다방에 `레지`가 있지요. 이 `레지`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영어의 lady 가 국어에서 `레지`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영어의 register에서 온 말이지요. 일본에서는 다방에 소위 카운터에서 요금을 `계산하는` 사람이 주로 여자가 했었는데, 이 `레지스터`를 줄여 `레지`라 했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대로 사용된 것입니다.
27. 제 목 : `마누라` 등의 어원
`아내 우리나라 말에는 남성이나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 여럿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말도 그 사람이 혼인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떠한 벼슬을 했는지에 따라, 그리고 누가 부르는지에 따라 각각 다르게 지칭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남자를 지칭할 때, `남정네, 남진, 남편, 사나이, 총각` 등이 있고, 여자를 지칭할 때에는 `아내, 여편네, 마누라, 집사람, 계집, 부인, 처녀` 등 꽤나 많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쓰인 것인지는 대개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들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되어 여기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아내`는 지금은 그 표기법도 달라져서 그 뜻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안해`였지요. `안`은 `밖`의 반의어이고, `-해`는 `사람이나 물건을 말할 때 쓰이던 접미사`입니다. 그래서 그 뜻이 `안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안사람`이란 말을 쓰고 있지 않던 가요? 거기에 비해서 남자는 `바깥 사람, 바깥분, 바깥양반` 등으로 쓰이고요. `부부``를 `내외`라고 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지요.
`여편네`는 한자어이지요. `여편`에다가 `집단`을 뜻하는 접미사 `-네`를 붙인 것이지요. 어느 목사님께서 혹시 남편의 `옆`에 있어서 `여편네`가 아니냐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즉 `옆편네`가 `여편네`가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목사님의 설교에서 그렇게 들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남자를 뜻하는 `남편`은 도저히 그 뜻을 해석할 수 없지요. `여편네`와 `남편`은 서로 대립되는 말입니다.
`마누라`는 무슨 뜻일까요? 지금은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그것도 같은 지위나 연령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아내를 지칭할 때나 또는 아내를 `여보! 마누라` 하고 부를 때나, 다른 사람의 아내를 낮추어 지칭할 때(예를 들면 `주인 마누라` 등)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마누라`는 `마노라`로 쓰이었는데, `노비가 상전을 부르는 칭호`로, 또는 `임금이나 왕후에게 대한 가장 높이는 칭호`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극존칭으로서, 높일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그리고 부르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부르던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지위가 낮은 사람이 그 웃사람을 `마누라`라고 부르거나 대통령이나 그 부인을 `마누라`라고 부르면 어떻게 될까요? 큰 싸움이 나거나 국가원수 모독죄로 붙잡혀 갈 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이것이 아내의 호칭으로 변화하였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남편을 `영감`이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 `영감`은 `정삼품 이상 종이품 이하의 관원`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판사나 검사를 특히 `영감님`으로 부른다고 하는데, 이것은 옛날 그 관원의 등급과 유사하여서 부르는 것입니다.
옛날에도 남편보다도 아내를 더 높여서 불렀던 보양이지요? 남자는 기껏해야 `정삼품`으로 생각했는데, 아내는 `왕이나 왕비`로 생각했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마누라`와 `영감`은 대립어가 된 것입니다.
28. 제 목 : `사꾸라`의 어원
며칠 동안 지방에 다녀 오느라고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또 글을 올립니다. 오늘은 우리가 늘 쓰던, 그리고 지금도 쓰고 있는 일본어 `사꾸라`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사꾸라`는 일본의 국화 `사쿠라`를 연상하게 하지요. "그 사람 사꾸라야"처럼 이 `사꾸라`는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의 `사꾸라`는 `벚꽃`인 `사쿠라`가 아닙니다. `사꾸라`는 역시 일본어인데, sakura, 즉 말고기를 뜻합니다. 일본에서 쇠고기로 속여 말고기를 파는 데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29. 제 목 : `코오롱`과 `나이롱`의 뜻
우리나라에 `코오롱` 회사가 있지요. 원래 이 회사는 섬유로부터 시작한 회사입니다. 이 `코오롱`은 `코리아`+ `나이롱`에서 온 말입니다. 그리고 `나이롱`이란 말도 원래 `최신`이란 뜻을 가진 관형사인데, 미국 듀폰(Dupon)사의 상표로부터 일정한 섬유를 가리키는 말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나이롱 뽕`이라는 화투의 용어가 생긴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30. 제 목 : `꿩 머고 알 먹고`의 뜻
`꿩 먹고 알 먹고`란 말은 `일석이조`란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지요. 왜 그러한 말이 나왔을까요? 꿩처럼 주위의 소리에 민감한 동물도 드물 것입니다. 사람이 가까이 가는 소리만 들으면 금방 튀어 날라가 버리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알을 품고 있을 경우입니다. 알에 대한 모성애가 강합니다. 꿩을 기르고 있는 곳이 있으면 한 번쯤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알을 품고 있는 꿩을 발견하면, 꿩도 잡고 알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래서 `꿩 먹고 알 먹고`란 말이 나온 것입니다.
31. 제 목 : `학독`의 어원
어느 분이 `학독`의 뜻을 물으셨고, 이 태영 교수가 그 뜻을 알려 드렸습니다. 방언 연구를 전공으로 하는 이 태영 교수의 풀이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 `학독`은 원래 `확독`입니다. `확`은 지금도 방언형에서 쓰이고 있는데, 나무나 돌을 움푹파서, 그곳에 고추를 넣고 찧거나 하는 도구를 말합니다. 움푹들어간 곳을 `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독`은 `돌`의 방언형입니다. 지금도 남부방언에서는 `돌`을 `독`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늘 말하는 `바둑`의 `둑`도 원래는 `돌`의 뜻입니다. `바둑`도 방언에서 `바돌`이라고 하는 지역이 많거든요.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