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훌륭한 정치가와 문장가와 위인들을 찾아 볼 수 있다.신라 때 최치원이라는 분을 후세 사람들이 존경하는 이유도 그 분의 훌륭한 문장가적 자질 때문이다. 최치원은 신라 경문왕(28)때 당나라에 유학하며 크게 명성을 떨친 분인데, 나이 어려 당에서 과거에 급제하고 당나라에게 큰 공을 남기고 돌아온 대장문장가요 사상가요 정치가였다. 최치원이 당나라에 있을 때 『황소』라는 도둑의 우두머리가 나라를 어지럽혀 당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토황소격문』이라는 글을 써서 황소가 벌벌 떨게 했으며, 결국 황소의 난을 평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니, 이 하나를 보아도 그분의 문장이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고국에 돌아와 한 동안은 벼슬을 하였으나 말년에는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학문에만 전념했는데, 그분이 남긴 『계원필경집』 그리고 『사륙집』 등은 불후의 명저들이다. 후일 그분은 가야산에 들어가 여생을 보냈는데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한다. 옛날에 그 분이 잠시 서산군수로와 있었는데, 지금 지곡면에는 부성사라는 그분의 덕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 있고, 해마다 후손과 유림이 모여 제를 올리고 있다. 이 이야기는 최치원이 서산군수로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 이야기의 주인공이 원북면 사람이라는 점에서 우리 고장의 전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어느 날 나이 60이 넘어보이는 사람이 서산군수를 찾아왔다.행색으로 보아 부자집 주인 같았는데 그의 얼굴은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무슨 일로 찾아왔소?” “군수님, 이런 억울하고 분할데가 어디 있습니까?” “무엇이 그리 억울하단 말이요?” “, 저에게는 늙으막에 아들 둘을 두었습죠.60이 넘어 얻은 아들이라 불면꺼질까 애지중지 키웠는데, 글쎄 며칠전 두 아이가 모두 시름시름 앓더니 세상을 뜨고 말았답니다.” “거 참, 안됐군요.” “제가 오늘 군수님을 찾아 뵈온 것은 이 억울한 사연을 말씀드리고 염라대왕을 군수님께 고발하려는 것입니다.” “염라대왕을 고발한다?” “그렇습니다.한 아이라면 몰라도 아까운 두 아들을 데려간 염라대왕의 불공평한 처사를 고발하려는 것입니다.” “듣고보니 참으로 안됐소.이왕 고발이 들어왔으니 못들은 척 할수는 없고, 내가 3일후 염라대왕을 이곳에 모실터이니 그때 부르거든 당신이 와서 직접 억울한 사정을 말해 보시오.” 이렇게 해서 그 사람을 돌려보냈다.옆에서 이 소리를 듣던 아전들은 기가 막혔다.세상에 별 해괴망칙한 고발도 다있고 또 아무리 영특한 군수라 하지만 염라대왕을 불러 주민의 억울한 사정을 듣게한다니 이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아전들은 군수가 너무 자만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군수께 물었다. “군수님, 어쩌자고 이런 고발을 받아드렸습니까? 만일 염라대왕을 불러오지 못한다면 어찌하시렵니까?” 그러자 최군수는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걱정할 게 없느니라.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라.지금부터 우리 고을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말 한 필을 구해라.그리고 말 잘타는 군졸을 불러 염라대왕을 마중가도록 하여라.” 군수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지만 군수의 명령이니 아전들은 천리마 한 필을 구하고 군졸 한 사람도 대령했다. “너는 사흘 후 그믐날 밤에, 이 말을 타고 운산쪽으로 가거라.가다보면 염라대왕께서 이리로 오고 있을 터이니 모시고 오도록 해라.” “정말 염라대왕이 오시는 겁니까?” “가 보면 알 것이다.” 군졸은 사흘후 그믐 밤에 운산쪽으로 말을 달렸다.길은 험하고 사방이 캄캄하여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지만 다행이 천리마가 천리마답게 어둠을 뚫고 달렸다.군졸은 으시시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다.그도 그럴 것이 한밤중에 염라대왕을 마중 나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 아니겠는가? 군졸이 가슴을 조이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앞이 훤하게 밝아지면서 웬 사람이 말을 타고 오는 것이었다.그의 차림으로 보아 사람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에 군졸은 그 앞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염라대왕이십니까?” “그렇다네.” “저를 따라 오십시오.” 군졸이 앞서 가는데 아까와는 달리 앞이 훤하니 밝았다.염라대왕에게서 나오는 빛이 길을 밝혔던 것이다. 관청에 오니 이미 염라대왕을 고발한 노인이 와 있었다.최치원 군수는 문앞에까지 나와 염라대왕을 맞아 들였다. “이거, 대왕님을 오시라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오, 훌륭하신 군수께서 부르시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나요.그러나 저러나 무슨 일로 나를 부르셨소?” “다름이 아니오라, 이 노인이 대왕을 걸어 저에게 고발을 했습니다.그래서 지금 재판을 할려고 하는데, 대왕께서는 피고가 된 셈입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들어봅시다.” “, 그럼, 노인께서 말씀을 드리지요.” 군수가 억울하다는 노인에게 발언권을 주자, 노인은 `자기 아들들을 왜 한꺼번에 데려갔느냐'고 따졌다. 이 소리를 듣던 염라대왕은 갑자기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이놈, 너는 네 아들의 죽음만 억울하고, 다른 사람의 아들이 죽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냐?” “그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놈, 몰라서 묻느냐, 너는 지금부터 13년전에 원북땅 어느 곳 에서 주막을 한 일이 있지?” “그렇습니다만.” “그 때, 네놈의 주막에 들렸던 쌍둥이 형제를 어떻게 했느냐?” 염라대왕의 이 말에 노인은 얼굴색이 창백해지며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맸다.이 사람이 이처럼 몸을 떠는 이유는 이러했다.이 노인이 원북 양산쯤 되는 곳에서 주막집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밤이 꽤 깊었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쉴 만한 방이 있습니까?” 이렇게 방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홍안의 소년이었는데,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이었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두 청년의 얼굴이 쏙 빼다 닮았다.쌍둥이었던 것이다.이들은 등에 봇짐을 하나씩 지고 있었는데 값비싼 비단봇짐이었다.주인은 한 눈에 이들이 돈이 많은 보부상이라는 것을 알고 못된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방이 있는데 들어들 오지?” “고맙습니다.” 두 청년이 저녁을 먹고 전대에서 돈을 내어주는데 전대에 돈이 가득하지 않은가? 이를 본 주인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아니 살기가 일고 있었다. 그날 밤, 이 꽃다운 두 목숨은 못된 주막집 주인의 칼날 앞에서 사라졌다.주막 주인은 부엌 한쪽을 깊게 파고 시체를 매장했다.그때 빼앗은 돈으로 이 늙은이는 지금까지 편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놈, , 말이 없느냐?” 염라대왕이 다시 호령하자 그제서야 노인은 벌벌 떨면서 용서를 빌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요.” “이 못된 놈, 그 추한 목숨이 그렇게도 아까우냐? 내 당장 네놈의 목숨도 가져가고 싶다마는 아직 명이 조금 남아 참는 것이다.다만 네 두아들을 네게 주었다가 다시 데려옴으로써 자식을 잃은 슬픔이 어떠한가를 알려주고, 또 네게도 고통을 주기 위하여 너의 쌍둥이를 데려 갔느리라.나는 지금 그냥 가지만 여기 계신 현명하신 군수께서 네 죄를 다스릴 것이다.” 이렇게 말한 염라대왕은 홀연히 사라졌다.모여섰던 사람들은 이 기막힌 사실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데 최군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여봐라, 이 늙은이를 당장 하옥시키고, 몇 사람은 이 늙은이집 부엌을 파 보아라.” 군졸들이 노인을 옥에 가두었다.그리고 노인집 부엌을 파 보았더니 거기에는 두 젊은이의 시체가 아직도 그대로 묻혀 있었다. 욕심에 눈이 어두운 자의 비참한 말로였다.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하면 자기 눈에도 피눈물이 난다.세상에는 비밀이 없는 법, 이를 본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을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과연 염라대왕은 최군수가 불러서 왔을까? 후일 사람들은 도통한 최치원 군수가 이 노인의 죄를 통찰했고, 헛개비를 만들고 도술을 부려서 염라대왕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지금 원북 양산의 어느곳인지 그 주막이 있을리 없지만, 이 인과응보의 법칙은 오늘날의 험난한 세태에 경종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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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태극 2015-02-2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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