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앗~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오. -내겐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오. -(손을 내민 선준) 삼경이 코 앞인데 여유자적인 걸 보면 제발로 걸어나갈 생각인가 보군. -신례 김윤식........ -이것이 초선이의 속곳인가? -저거 앵앵이꺼 아냐? / 섬섬이꺼 같은데... -모란 다섯개................초선이의 것이 맞네! 뉘라서 짧은 밤이 긴 밤보다 부족하다 하리까 황홀했던 짧은 밤 기나긴 어느 밤과도 바꾸지 않으리오? -다시 묻겠다 김윤식 진정이냐? 초선이를 만나 초선이가 네게 직접 준 것이냐? -그렇습니다 장의 -오늘 궐의의 최고상은 볼 것도 없으이. 난공불락 초선이와 만리장성을 쌓은 이 녀석이 아니면 누굴 주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김윤식을 성균관 유생에 명한다. -금상이 인정한 이선준이 오줌발 세례를 받는다. 그 대단한 자존심으로 어디 한번 즐겨보시게! -잠깐! 소원...들어주십시오. 신방례 장원에겐 그 무엇이든 들어주는 것이 성균관 전통이라 하였습니다. 그 소원 상유 이선준을 위해 쓰겠습니다. 상유 이선준에게 오늘 일에 대한 그 어떠한 책임도 묻지 말아주십시오. -신방례 장원의 소원을 이선준에게 쓰겠다? 나에게 관직 천거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나? -네에? 네! -니가 소원이라 한다면 내 너에게 관직도 내릴 수 있다. 그래도 이선준을 위해 소원을 쓸텐가? -그리 하겠습니다. -뭐 고맙다는 말이면 필요없소. 뭐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원칙(?)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오. 난 빚지고는 못사는 성미라서 말이오. -차라리 나서지 않는 것이 좋았소 -나역시 빚지고는 못사는 성미오. 소원이 있거든 언제든지 말하시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소. -뭐.... 그러시든가.... 그래서였나? 이렇게 쓸데없고 무모한 신방례 같은 건 지킬 필요가 없다! 그래서 병판 대감 댁엘 다녀오고도 가지 않았단 한겐가? 차라리 오줌물에 빠질 지언정 너희들의 유치한 놀음엔 놀아나지 않겠다! 뭐 그런 자존심? 아니면 오기? 아니면 반항? ....너같은 놈들 때문이다 이 신방례! 너처럼 귀한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그누구에게도 고개 숙여본 적 없는 뻣뻣하기 그지없는 녀석들. 그런 놈들 기 좀 꺾어놓을 요량으로 생긴 거거든! 왜냐? 여긴 성균관이니까! 애비가 누구든 집이 몇칸이든 여기선 다 똑같이 신출내기일 뿐이다. 콧바람 그만 내뿜고 잘난척 그만 거들먹대라는 선진들의 하해와 같은 가르침이야! 흐~ 그러니 너무고깝게 생각하지 말라구 응? ㅋㅋ -부용화....정숙한 여인이었습니다. 사내들 앞에 한낱 우스개로 만드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여겼습니다. 선진들이 우스워서가 아니니 노여워 마십시오. -입학을 축하한다 이선준!!! -허락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난. 내일 날이 밝는대로 이선준을 불러 서재로 보낼 생각이예요. 하~아~ㅠㅠ 이러다가 패싸움이라도 나보세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아마....잘은 안되실겁니다 영감. 이선준 그녀석 한창때 아닙니까. 옳다고 믿는 신념 하나만으로 거칠게 없는 나이지요. 영감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옷 벗으시오 -뭐요???? 내가 옷을 벗건 말건 그쪽이 무슨 상관이오.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워야 내 불을 끌 거 아니오. -난 내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 끄고 자면 되겠소. -아 불을 끄지 않고 어찌 잠을 잔단 말이오? -자 됐소? -대체 반가의 자식이 맞소? 단정한 옷차림이 예의 첫걸음이다! 소학의 가르침을 잊었소? 청재는 예의 기본을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오. 유생들에게 거관수학을 명하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외다 그러니.... -됐소 알았소 그만하시오. -어이 거기 너! 니가 왜 여깄냐? 이게 미쳤나! -저..저기 그게 제가... -어이 노론 니가 여기 왜 있는거냐? 묻잖아? 노론새끼가 이 방에 왜 기어들어왔냐구 냄새나게시리 -진사는 동재에 거하는 것이 규정. 중이방에 배속된 것 또한 규정. 당색이 아닌 원칙을 따랐을 뿐입니다. -그러나까하~~ 성균관...아니 조선8도를 갈기갈기 당색으로 찢어 놓은 게 바로 니 노론놈들 아냐? -지금...이 방을 당색으로 나누고 계신 분은 사형이십니다. 허면 사형께서도 노론이십니까? 허면 저는 원칙대로 취침하겠습니다. -흣 흐하하하하~ 뭐? 날보고 노론이라구? 미친놈! 내 평생 그렇게 재수 없는 욕은 처음이다. -아~~ 이 몸 피곤하시다. 불 꺼라! -예? 아..안나가십니까? 제..제가 나가겠습니다 저는 옷을 좀 갈아입어야 -휘익~~ 어!!!!!!!!! -나보고 노론 새끼랑 붙어 자라는 거냐 지금? 앞으로... 니자린 여기다 영~원히! -대체 초선을 사로잡은 그 비법 좀 배워보자니까 -암 배워야지 대.물.!! -공자께선 이렇게 말하셨지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어허이!! 서로 아끼고 위해야 할 동기생 끼리 희롱을 일삼다니 이런 고얀놈들!!! 그렇지 않나 대.물? -참으로 대단한 별호를 얻으셨습니다. -별호라 하지 마시오. 난 절대로 인정할 수 없소. -이보게 대물~ -네!! 사형!! -내 뭐랬나 곧 익숙해 질거라 하지 않았나? 대.물.. -내가 보기엔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물. -보기보다 성실한 유생이군. 첫 수업 준비를 하러 존경각에 온 걸 보니 말이오. -그 약조! 유효합니까? 내게 빚진 신방례 소원! 무엇이든 들어준다 약조하지 않았소! -내가 한 약조는 지키리다 무엇이든. -....서재로 가 주겠소? 약조는 꼭 지켜주리라 믿소! 이선준 상유 서재로 가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