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와 노스님 전설
금정산 고당봉과 원효봉 사이로 깊게파인 골이 낙동강을 향하는 계곡을 이루는 곳이 있다. 이곳은 기암괴석이 층층이 쌓여 있어 골짜기로 흐르는 물은 진주를 뿌려 놓은 듯 알알이 흩어져 내리며 부서지고, 파랗게 고여 있는 담수는 가을 하늘보다 맑고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계곡의 중간지점 사시골의 파란 담수 위에 떠있는 피둥피둥 살찐 너럭바위 중앙에는 어린애들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이 바위는 「이무기 동굴」로 사람이 지나가면 더운 바람을 내는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무기'란 용이 되려다 못되고 물 속에서 산다는 큰 구렁이로 천년을 더 기다려야 용이 된다는 큰 뱀이다. 어느 날 갑자기 천둥과 우레가 치고 안개가 자욱히 깔리더니 다음과 같은 소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들려왔다. 「잘 들어라. 나는 천년 묵은 이무기인데 사람을 백 명만 잡아먹으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1년에 처녀 한 사람을 골라 달 밝은 보름달에 사시골 너럭바위로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다.」 이무기의 말이 끝나자마자 천둥과 우레가 그치고 햇빛이 쨍쨍 났다.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회의한 결과 처녀를 매년 바치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재앙을 없애기 위해 이무기에게 처녀를 바치는 일이 가장 큰 행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처녀란 처녀는 바닥이 나 바칠 처녀가 없었다. 마을 이장은 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시골 위 절간에 계시던 노스님이 이 사실을 알고 막심한 피해를 주고 있는 이무기를 잡아 없애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섰다. 이무기는 금정산의 사시골에서 산삼녹용을 씻어 내린다는 물을 마시고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지에서 물 속 깊이 살면서 아흔 아홉 명의 처녀를 먹고 이제는 한 명만 먹으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노스님은 죽을 나이도 다 되어 가는 데 마을에 보시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이무기를 잡을 궁리를 하였다. 노스님은 독약으로 칠한 실을 절 당간지주에 묶고 이무기 너럭바위 위에 알몸으로 손에는 독실을 가지고 달 밝은 보름날 앉아 있었다.
밤 12시경 드디어 동굴에서 만면의 웃음을 머금은 채 서서히 나온 이무기는 이제 한 명만 해치우면 승천한다는 생각으로 처녀인지, 스님인지도 모른 채 노스님을 삼켜버렸다.
그 순간을 학수고대하였던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여겼으나 이것이 웬일일까. 독실까지 삼켰으니 승천이 아니라 너럭바위에서 담수로 떨어져 허우적거리며 죽고 말았다. 지금도 사시골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승천할 용이 못된 한을 품은 이무기가 살았다는 너럭바위 동굴에는 담수와 말없는 천년의 바위가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