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북면 방갈리에는 학암포 해수욕장이 있고, 왼켠으로 황촌리 해안에 『두멍골』이라는 이름을 가진 계곡이 있다.그 계곡을 올라가는 산 허리를 뚫고 있는 천연의 동굴이 있는데, 이 동굴은 입구가 매우 좁아 사람이 겨우 비집고 들어갈 만하다. 그러나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점점 넓어져 마당만한 넓이의 길이 뻗어 있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동굴 안에는 굴유석이 기둥처럼 달려있어 건드리면 청아한 소리를 내고, 굴안에서 흐르는 맑은 물은 물맛이 좋고 시원해서 옛날 사람들은 이곳에서 피서를 했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이 동굴이 막혀서 안으로 들어가면 길이 좁고 퀘퀘한 냄새가 날 뿐만아니라, 박쥐들이 서식하고 있어서 누구나 들어가기를 꺼리고 있다. 더우기 이 동굴 속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큰 이무기가 살고 있는데 사람이 들어가기만 하면 삼켜버린다는 이야기가 있어 사람들이 그 근처를 가는 것 조차 꺼리고 있다 한다. 한편 두멍골(두명골)이라는 이름이 지어지기까지는 두가지 전설이 있는데, 그 하나는 옛날 중국의 선비 도연명이 이 동굴 속에서 살면서 시를 읊고 도를 닦았기 때문이라는 것과, 또 하나는 이 두멍골에 두견이(소쩍새)가 많이 살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두멍골이라 했다는 것이다. 도연명이 두멍골 동굴에서 도를 닦고 시를 읊었다는 전설은 더 자세한 이야기가 없는 대신, 우리나라에 두견새가 많이 살고 그 울음 소리가 관동팔경의 하나로까지 꼽혔다는 것을 생각하면 두견이 많이 살아서 지어진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 방갈리 가시내(개시내)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청년이 있었다.이 청년은 효성이 지극하였는데 한가지 걱정은 어머니가 늘 병석에 누워있는 것이었다.효성스런 아들은 좋다는 약을 다 써보았지만 어머니의 병은 더해만 갔다.어느날 이 젊은이는 의원에게 약을 지러갔다가 의원으로 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자네 모친의 병은 내가 지어주는 약으로는 고치기가 힘들다네. 자네 어머니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은 청나라에 가야 구할 수 있는데, 약값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다네.” “청나라에 가면 구할 수는 있나요?” “있기는 있지, 그러나 그 약을 구하려면 청나라에 가야하고 간다해도 자네의 힘으로 가능할는지 모르겠네.” 청년은 의원의 말에 한가닥 희망을 가졌다.그리고 청나라에 갈 궁리를 했다.그 당시 학암포 앞 동네 개시내에는 중국의 무역선이 드나들었다.개시내란 지명도 그 때 시장이 열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니 무역의 규모도 작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렇게 청나라 무역선이 드나들때이니 잘만하면 중국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젊은이는 청나라 무역선이 들어오는 때를 기다렸다가 배가 들어오자 선장에게 간청했다. 청나라 선장은 처음에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했지만 청년의 효성에 감동하여 같이 갈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중국에 간다해도 그 약이 어디에 있는지 자네가 알 수 있겠나? 그리고 그 약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어떻게 구할 건가?” “우선 청나라에 가면 또 방법이 있겠지요.” 청나라로 가기 전 날 밤, 청년은 어머니께 청나라에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다음날 일찍 무역선에 몸을 실었다.무역선에는 중국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었는데 젊은이에게 행운이 따랐던지 중국에 가면 큰 약방이 있는데, 그 약방 주인과 잘 아는 사람이 그 약방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나섰다.여러 날이 걸려 무역선은 청나라에 도착했다.젊은이는 배에서 만난 중국인을 따라 중국에서도 큰 약방으로 꼽힌다는 약방까지 따라갔다.중국사람은 약방주인에게 젊은이의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다른 바쁜 일이 있다면서 먼저 갔다.약방주인은 그 약이 있긴 있는데 구하기 힘들고 찾는 사람이 많아서 약값이 비싸다는 말을 했다.그리고 젊은이에게 그만한 돈이 있느냐고 물었다.그러나 젊은이에게 그만한 돈이 있을리 없었다.솔직히 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무일푼으로 어떻게 약을 구하겠다고 왔는가?” “죄송합니다.약값은 후일 꼭 드릴 터이니, 외상으로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나 약방주인은 그것만은 안된다고 거절했다.젊은이는 눈앞이 캄캄했다.다시 울며 불며 사정했지만 약방주인은 역시 거절했다.한 두 푼짜리 라면 몰라도 젊은이가 일년 내내 품삯을 모아도 모자랄 엄청난 금액의 약을 외상으로 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 제가 주인 밑에서 열심히 일을 할터이니 품삯으로 약을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젊은이의 이 말에는 주인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의 효성으로 보아서는 약을 그냥 주고도 싶었지만 너무 비싼 약이라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거기다가 지금 자기에게도 일꾼이 한 사람 필요했기 때문에 젊은이를 고용하기로 했다. “그럼, 내 집에서 일을 하겠나?”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젊은이는 약방에서 약을 썰고 약봉지를 싸고, 집안 청소까지 맡아 열심히 일했다.평소에도 부지런한 젊은이는 금방 주인의 눈에 들었다.부지런하고 심성이 착하고 효성스런 젊은이가 정이 들어 반년쯤 되자 자기 식구처럼 생각됐고, 이제는 약을 주어 보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주인이 젊은이를 불렀다. “우리집에 온지도 반년이 지났네.그동안 수고가 많았는데, 자네의 어머니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니 내일 무역선을 타고 가게.” “그럼, 약을 주시는 겁니까?” “주고말고.약값으로 따지자면야, 아직도 자네 품삯으로는 부족 하지만, 자네의 효성에 내가 그냥 주는 것일세.” “감사합니다.” 젊은이는 가슴이 뛰었다.반년만에 집으로 가게 됐다는 기쁨보다도 어머니의 약을 구했다는 기쁨으로 그는 밤잠을 설쳤다.그런데 그날 밤 젊은이는 주인집 외동딸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았다.약방에는 이집의 외동딸이 있었는데 젊은이의 나이와 비슷했다.처녀는 이따금 마주치는 젊은이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보아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고 젊은이에게 청혼을 하려 했는데, 갑자기 내일 떠난다니 처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젊은이의 방을 찾아갔다. “다시 돌아올 수 있나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제게는 어머니 한분이 계시는데 이제 약을 구했으니 건강을 찾으시면 제가 모시고 고향에서 살아야 합니다.” 젊은이도 이따금 마주치는 주인집 딸이 마음에 들었었다.예쁜 몸매, 상냥한 마음씨, 부자집 외동딸, 그러나 젊은이는 어머니를 생각했다.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럼, 제가 조선으로 가겠습니다.그곳에 가서 살겠아오니 허락해 주십시요.” “그건 안됩니다.낭자께서도 부모님이 계신데 낭자가 집에 없으시면 부모님이 얼마나 서운해 하시겠습니까?” 이같은 사실을 약방주인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들도 사위감으로 점치고 있었지만, 이국 청년을 사위로 삼는 것은 딸 하나를 그냥 잃어버리는 것 같아 쉽게 말을 못한 것 뿐이었다.그런데 이제 딸의 마음을 알았으니 주저할 것이 없었다. “여기서 조선까지는 수천리가 되지만 무역선도 드나드는 시국이니 자주 왕래 할 수 있을 것이네, 어머니 병환이 완쾌되시거든 식을 올리도록 하세.” 이렇게 하여 젊은이는 어머니의 약을 구하고, 또 예쁜 색시까지 얻고는 다음날 무역선을 타고 조선으로 향했다.그러나 젊은이의 어머니는 날마다 병이 악화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죽기전에 아들이나 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매일 아들을 기다렸다.무역선이 언제 들어오는지 동네 사람을 시켜 알아보기도 하면서 아들을 기다리느라 얼마나 속을 태웠던지 어머니는 아들을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아들은 약을 구한 것이 기뻐서 배가 빨리 고향에 닿기를 빌며 배 위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여러 날이 걸려 배가 개시내 앞 바다에 닻을 내렸다.젊은이는 뛰다싶이 배에서 내려 집으로 달려 갔다.가는 도중에 동네 사람을 만나 어머니 안부를 물었으나, 동네 사람의 대답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와 같았다. “자네 어머니는 자네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세상을 뜨셨네.저 또루봉 언덕에 자네 자당의 묘가 있으니 그리로 가게.” 젊은이는 어머니 무덤에 가서 밤낮 없이 사흘을 울었다.그런데 사흘이 되던 날,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더니 어머니의 무덤이 갈라지고, 어머니와 아들이 빗줄기에 실려 지금의 두멍골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늘은 다시 맑아졌다. 이 광경을 본 동네 사람들은 효성스런 아들을 영원히 어머니와 같이 살도록 하늘이 동굴속으로 데려갔다고 믿었다.한편, 중국에서는 처녀가 아무리 기다려도 청년이 돌아오지 않았다.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마음이 변한 것이야,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 처녀는 부모님을 졸라 무역선에 몸을 싣고 조선으로 왔다.그러나 조선땅에서는 그녀에게 슬픔만을 전해주었다.이 처녀는 동굴 근처에서 밤낮 없이 울었다.사랑하는 이의 얼굴이라도 나타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음식도 먹지 않고 울었다.보다 못한 동네 사람들이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권했지만 처녀는 듣지 않았다. “내 평생 낭군으로 모실 사람이 죽었으니, 내가 살아 무엇하리.” 이렇게 죽기를 각오한 처녀 앞에, 어느날 젊은이의 혼이 나타났다. “고향으로 돌아가시오.” “싫습니다, 당신 있는 곳으로 나도 데려가 주십시요.” “안될 말, 내일 무역선이 떠나니 고향으로 가시오.” 젊은이는 이렇게 냉정히 말하고 사라졌다.그러나 처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기어이 굶어 죽고 말았다.그 처녀의 넋은 두견새로 변해 동굴 주위를 맴돌며 슬피 울었다. 지금도 두견새는 봄만되면 찾아와 구슬피 울며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되살리고 있어 듣는이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고 있다.   - 출처 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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