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룽개재는 원북면 신두리 3구에 있는 산고개를 말한다. 2구에서 3구로 왕래하는 통로인데 산줄기가 2구에서 3구로 뻗어내려서 이루어진 산마루이다. 이 두룽개재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친 신두리 백사장이 눈앞에 훤히 내려다 보이며, 시야가 시원스럽게 탁 트인 서해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갯바람이 피부에 와 닿는다. 기껏해야 해발 백 이삼십 미터에 지나지 않는 조그마한 야산이지만, 여름철에 산등성이를 타고 한참 동안 걷다보면 등줄기에 제법 땀이 흐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따라서 이 두룽개재는 비교적 사람의 내왕이 잦은 곳이다동네 사람들은 물론 다른 동네 사람들까지 드나드는데, 마주 보이는 곳이 소원면 의항리이기 때문이다. 이 의항리 (개묵)를 가기 위해서는 두룽개재를 넘어 백사장에서 나룻배를 타거나, 간조(干潮)때 걸어서 바다를 건너야하는데, 이때 바닷물의 깊이는 보통 어른들의 허리쯤 닿는다 1미터 내외가 된다. 이같이 개묵과 두룽개를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두룽개재를 넘는데, 특히 여름철에 이 고개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이어 경치도 좋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씻어주기 때문에 길손들은 대부분 이 곳에서 땀을 식히고 간다. 그런데 옛날에 이 두룽개재에는 100년 묵은 여우가 살고 있었다 한다이 여우는 날씨가 흐리거나 달이 없는 어두운 밤, 또는 안개로 인하여 지척을 가리기 어려운 때에, 할머니나 어여쁜 아가씨로 변신하여 행인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특히 어두운 밤에 혼자서 이 두룽개재를 넘다보면 여우에게 유혹되어 여우굴로 끌려가서 죽게 되는데, 여우는 사람을 죽여서 간을 꺼내 먹었다는 것이다이같은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자 밤이면 혼자서 이 고개를 넘으려는 사람이 없었는데 부득한 경우에는 두 사람 이상이 동행하거나 아니면 횃불을 켜들고 다녀야 했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하여 웬만한 시골이면 거의 버스가 운행되고 따라서 마을 안길이 확장되어 승용차가 드나들 정도이고 보니 혼자서 밤중에 산길을 걷는 일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그런데 옛날에는 두룽개에서 걸어서 태안장에 갔다 올려면 아무리 일찍 새벽 밥을 지어먹고 다녀온다 해도 어둡기전에 두룽개재를 넘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장에 갔다 즉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장감을 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벌써 오후에 이르게 되고 거기에다 오랫만에 친구라도 만나 정담이라도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새갔다부랴부랴 장감을 하여 가지고 돌아오지만 짐이 무거워서 쉬엄쉬엄 오다보면 자연히 두룽개재는 어두운 저녁에나 넘게 되었다이때는 동행이 있어야지 혼자서는 무서워서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여우가 둔갑을하여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해도, 산에 나무 숲이 우거지고 그 위에다 길까지 험해서 낮에라도 산길을 걷는다는 것이 여간 조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하물며 여우가 둔갑하여 행인을 괴롭히며 심지어 사람을 잡아 먹는다고 하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런 두룽개재를 혼자서 밤에 넘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은 이같은 이야기를 믿으려는 사람들도 없거니와 또한 이런 전설도 우리들의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그러나 이 전설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요즘도 이 두룽개재를 넘을때면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담소하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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