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루봉은 원북면 황촌리 2구의 속칭 황굴 벌판(황굴누리)에 위치한 해발 120여미터에 불과한 조그마한 야산이다본래 이 또루봉은 방갈리 1(방축굴)에 우뚝 솟아 있는 국사봉의 한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 내리다 기봉하여 이루어진 산이다국사봉의 산줄기는 이 또루봉에서 끊겼다. 이 또루봉은 주위가 모두 백사장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그 중 한 면만이 해당화 나무와 여러 잡초가 자라고 있을 뿐이다. 이 잡초가 있는 기슭에는 길이 나있는데, 방갈리 2구인 가시내와 황굴(황촌리 2)을 경유하여 원북면 소재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다. 1968년 학암포 해수욕장이 개장 됨에 따라 도로가 확장되어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큰 길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겨우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에 지나지 않았다그리고 약 30여년 전에 이 또루봉 주변의 백사장에 대대적인 식목 사업을 벌였는데, 지금은 푸른 소나무 숲으로 백사장이 완전히 덮혀 있다또한 황굴 벌판은 해당화 나무와 갈대, 그리고 이름모를 잡초가 목초지를 이루어 여름철이면 이 곳에서 농우가 한가로히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이 지역이 모두 개간되어 논밭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해안가는 방풍림의 일환으로 식재한 아카시아 나무가 자라서 큰 숲을 이루고 있다이 같이 황굴 벌판의 모습이 새롭게 바뀌어 주민들의 활기 넘치는 생활터전이 되고 있으나, 지금으로부터 약 60여년 전만해도 이 또루봉 기슭에는 밤에 여우가 나타나 이 곳을 오가는 행인들을 괴롭혔다는 것이다가시내가 고향인 사람들은 어렸을 때 이 또루봉 앞을 지나다 여우에게 봉변을 당한 체험담을 어른들로부터 들은 기억이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이 떠오른다고 한다. 여우에 대한 이야기는 전국 각지에 널리 퍼져 있는데, 특히 구미호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하여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는 것이다할머니로 변신하여 잔치집에 갔다 그곳에서 일어난 이야기, 어여쁜 아가씨로 둔갑하여 남의 아내가 되었다는 얘기, 밤중에 길가는 사람앞에서 훤하게 길을 밝히어 다른 곳으로 유인했다는 얘기, 사람을 잡아 먹었다던가 사람의 무덤을 파서 송장을 뜯어 먹었다는 얘기, 또는 여우가 울면 사람이 죽거나 그 동네에 큰 화가 미친 다는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이 모두는 여우가 사람을 괴롭히고 못살게한 불길한 존재로서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동물로 전해지고 있다하기야 지금도 매우 교활하고 변덕스런 여자를 보고 여우같다느니, 또는 간사스럽게 아양을 떤다든가 아니면 간드러진 언행으로 남을 홀리는 여자를 보고 여우 떤다는 말을 쓸 정도이고 보면, 여우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또루봉 앞을 지나다 여우에게 봉변을 당하고 심지어 며칠씩 누워있던 사람들도 속출하였으나, 사람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부득이 밤에 이곳을 지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이 길이 가시내를 오가는 유일한 길이며, 우회 도로는 오히려 험한 산길이 되어서 크게 불편하였기 때문에 이 길을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교통 수단이 발달하고 상업이 발달하여 생활의 편리를 제공해 주고 있지만, 옛날에는 생활 필수품을 구입하기 위해 100여리가 넘는 태안장을 걸어서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 새벽 일찍 출발한다 해도 장감을 하다 보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의례히 늦어져서 밤에 이 또루봉 앞을 지나게 되었던 것이다될 수 있으면 동행이 없는 밤에 이 곳을 지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지만, 부득이 혼자서 걷다가 봉변을 당하였다 한다. 주로 달빛이 없는 그믐께나, 아니면 날이 흐려서 어둠침침할 때, 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주위가 잘 안보일 때 흔히 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길을 가다가 방향을 잃고 허둥지둥하는데 갑자기 앞이 훤하게 트여 그 곳으로 얼마만큼 따라가다 보면 다시 캄캄해져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이때 집과는 전연 다른 방향에서 헤매고 있었다는지, 길을 가다 보면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앞에서 걷고 있어 반가워서 동행을 할려고 부르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달려가도 항상 그 거리만큼 유지되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삽시간에 사람의 모습은 없어지고 여우가 캥캥 울며 도망치고 있어 정신을 가다듬어 보니 깊은 산속이나 해변가이었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이렇게 이 곳을 지나던 행인들이 또루봉 여우에게 홀리어 많은 봉변을 당했지만 다행히도 죽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이리하여 동네 사람들은 밤에 또루봉 앞을 지나기를 무척 꺼려하였으며, 대낮이라도 안개낀 날에 이곳을 지날려면 꼭 여우가 나타나는 것 같아서 괜히 쭈삣쭈삣 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한다지금은 지난 날의 이 같은 이야기를 믿으려는 사람도 없거니와 또한 밤중에 혼자 걸어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그러나 지금이 오히려 이 또루봉을 비롯하여 주변에 나무숲이 우거져서 밤에 이 곳을 지난다면 도깨비라도 나올 것 같은데,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엔 주위가 삭막한 백사장이요 또한 또루봉의 면적이라야 겨우 3,000여평에 지나지 않는 야산으로 나무가 있다해도 윗 부분에 소나무가 드문드문 서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악명 높은 여우 출몰 지역으로 이름이 났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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