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화산(梨花山)은 원북면 마산리 2구에 있다. 태안에서 서북쪽으로 포장 도로를 따라 약 8킬로미터 쯤 가다보면 원북면 소재지에 이르게 된다. 이 소재지에서 마주 보이는 우뚝 솟은 산이 바로 이화산이다이 산은 소원면의 철마산 줄기가 뻗어 내려 마산리의 중심부에서 기봉한 것인데, 그 높이는 170미터에 불과하지만, 주민들로 부터 매우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특히 가을이면 산이 붉게 타는 단풍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산의 중턱에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 바위가 아니라, 멀리서 보면 마치 탑같이 보이는가 하면, 가까이에서 보면 돌부처 같이 보이는 신기한 바위이다이화산에 이같이 신기한 돌이 있다는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하여 널리 알려지자, 다른 동네 사람들까지 이를 구경하러 모여드는가 하면, 심지어 어느 여인들은 이 바위 앞에서 정성껏 기도를 드리기도 하였다목욕 재계하고 정성껏 기도를 드리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소문이 이웃 마을에까지 널리 퍼지게 되자 많은 부녀자들이 이 곳에 찾아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널리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그칠사이 없이 모여들자, 이웃 동네에 있는 절에서 이 돌을 탐내어 아예 자기 사찰 경내로 옮겨 놓으면 이 많은 손님들이 자기 절로 찾아올 것이며, 그렇게 되면 절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웃 절에서는 이 돌을 옮겨 가기 위해 많은 인부들을 데리고 이화산으로 들어가 운반 작업을 시작하다가 결국 마을 사람들에 의해 발각되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그뒤 절에서는 마산리 주민들과 교섭을 통해 이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하여 주고 이 돌을 이웃 마을의 절로 옮겨갔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이화산에서 괴변이 일어났다전에는 들어볼 수 없었던 사람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이 울음소리는 예사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구슬프게 들리는가 하면 무엇인가 절실히 호소하는 듯 애절(哀絶)하여 듣는 사람이 가슴을 에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울음소리는 돌이 있던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었는데, 주민들은 입을 모아 한결같이 산이 운다고 하였다. 이화산이 밤이면 구슬프게 운다는 소문이 이웃 동네에까지 퍼지자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이 울음소리를 들으러 밤마다 몰려 올 정도였다. 급기야 마을 사람들은 동네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논의의 결론은 그 돌을 찾아다 제자리에 놓자는 것이었다이리하여 절로 옮겨간 돌을 찾아다 제자리에 놓으니 그날 밤부터 슬피 울던 산이 울음을 그치고 동네는 다시 평온해졌다. 비록 생명이 없는 돌이지만 제자리를 떠나므로 해서 자연의 균형이 깨어지고, 따라서 찾아 오는 사람들이 없게되자 외로움을 달래지 못한 산이 결국 울음으로 호소한 것이었다. 오늘날 수석이나 분재 애호가들이 돌이나 나무를 함부로 캐냄으로 인해서 자연이 파괴되고 오손되고 있는데 이같은 일은 마땅히 삼가해야 할 것이다. 그 돌과 그 나무는 제 자리에 있으므로 해서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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