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중학생 때 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다.
A라는 같은 반의 여자아이 덕분이었다.

A는 얼굴도 예쁘고, 성적도 좋았다.
게다가 운동까지 잘해 모두에게 인기 있었다.

난 반 아이들에게 무시당했지만,
A만은 상냥하게 말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나와 달리 친구들이 있어서 언제나 나와 함께 있진 못했다.

그런 A가 갑자기 전학하게 되었다.
여태까진 A가 있어서 괴롭지 않았지만 이젠 그녀가 없으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A가 전학가고나자 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마 A가 모두들에게 나와 친하게 지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을까.

어른이 된 지금도 그녀에겐 감사하고 있다.

47.

그는 고교생.
선천적으로 심장에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열린 연례 행사였던 마라톤 대회.
의사나 가족, 클래스메이트가 모두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출주를 결의했다.

「모두와 함께 달리고 싶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최하위로 골인했지만 골인 지점에서는 클래스메이트 전원이 그의 완주를 박수로
축하해주었다. 그러나, 그 레이스가 그의 심장에 준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고, 결국 그는 돌아오지 못할 사람이 되고 말았다.

문득 그 날이 떠오른 나는 그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마라톤 대회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골인 순간을 찍은 사진 한 장에 손을 뻗었다.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치면서 그를 축하하는 클래스메이트들. 박수의 타이밍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모두가 손바닥을 맞춘 상태에서 사진이 찍혔다. 그래, 마치 무엇인가를 비는 것처럼···

48.

오늘도 야근이다.
지친 몸을 질질 끌고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 승강장에 놓인 의자에 힘없이 앉았다.
막차를 알리는 안내가 승강장에 울린다.
문득 바라보니 승강장에 나 혼자였다.
역시 휴일에도 밤까지 일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걸까.
그 때, 에스컬레이터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달려 나왔다.
곧 뒤에서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도 달려 나왔다.
이윽고 어머니는 딸의 손을 잡고 승강장에 섰다.
점점 지하철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려 일어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까 어머니가 아이 손을 잡고 승강장 아래로 뛰어 내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이 멍해졌다.
아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내가 뛰어 내려 모녀를 구하는 수밖에!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를 들렸다.
역무원이었다.
"지금 사람이 떨어졌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왔다. 제길, 늦었다.
눈물이 흘러 넘쳤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 얼굴을 무심히 쳐다보던 역무원이 말했다.
"처음엔 저도 놀랬죠……."

49.

마을 골동품상에는 바이올린 한 대가 있었다.
어느 날, 가게에 한 소년이 와서 물었다.
"그 바이올린, 얼마에요?"
주인이 가격을 말하자, 소년은 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소년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지만, 나중에 돈을 가지고 오겠다며 돌아갔다.
며칠 뒤.
주인은 소년이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소년은 자신의 몸에는 버거울 만한 자전거에 신문을 쌓고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열심히 페달을 밟는 소년의 모습을 주인은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주인이 여느 때처럼 가게를 보고 있는데, 정장을 입은 신사가 방문했다.
남자는 가게 안의 골동품들을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바이올린에 눈을 뒀다.
주인을 향해 이건 얼마입니까. 라고 물었다.
주인이 아니, 그 바이올린은……. 라고 우물거리자,
남자는 이 바이올린이 마음에 들었다며, 바이올린 가격의 몇 배나 되는 돈을 꺼내 주인 앞에 두었다.
주인은 생각지 못한 금액을 앞에 두고 고민했지만,
죄송합니다. 역시 팔수는 없습니다. 라고 남자에게 고했다.
남자는 굉장히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
그리고 수개월 후.
"그 바이올린, 아직 있습니까?"
신문 배달로 모은 돈을 가지고, 소년이 가게에 왔다.
하지만 가게 안에 바이올린이 보이지 않는다.
소년이 두리번거리며 바이올린을 찾자,
주인이 미소 지으며 나타났다.
"기다렸다."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게 숨겨둔 바이올린을 가져와 소년의 앞에 내밀었다.
소년은 정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소년이 눈을 반짝거리며 바이올린을 잡으려고 하자,
콰직!
주인이 바이올린을 꺾어 부셨다.
망연자실한 소년을 향해 주인이 한 마디 했다.

"이것이 나의 즐거움"

50.

겨울 어느 날.
다섯 명의 산악인이 눈 산에 갔다.
산에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날씨가 나빠져서 조난당했다.
추위를 참으며 산장을 찾고 있었다.
한참 걸으니 간신히 산장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산장은 무척이나 추웠다.
불을 지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다섯 명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산장의 모퉁이에 앉았다.
그리고 30분마다 옆 모서리의 사람에게 터치,
그 사람은 다음 모서리의 사람에게 터치.
이런 식으로 추위를 견뎠다.
그 후 다섯 명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기자가 다섯 명에게 어떻게 추위를 견뎠냐고 물었고,
추위를 견뎠던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자, 당신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얼굴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