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한 남자
한 여자가 밤에 길을 걷고 있었다.
뒤에서 남자 두명이 쫒아왔다.
여자는 조금만 있으면 골목길로 들어가야하기에
너무 무서워서 빨리 걷고 있는데 한 남자가
" 여자가 밤에 혼자다니면 안된다 "
라고 말하면서 같이 집에 데려다 주었다.
같이 가고 집에 들어갔는데 여자는 이 남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대문 밑으로 잘가나 하고 봤는데
그 데려다준 남자가 대문 밑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29. 요리
일요일 점심때까지 자고 있던 나는 멍한 채 거실로 향했다.
똑똑똑 부엌칼 소리, 부엌에서 아내가 점심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TV를 켜면서 휴대전화를 보니 그저께 아내에게 비밀로 간 다과회에서 번호를 따낸 여성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1통 있었다.
잠옷 호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고 부엌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작은 목소리로 그 여성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통화중 대기 신호가 울렸다.
아내였다.
몰래 전화하다 들켜 버렸다는 생각에 당황해서 바로 전화를 받으니
「여보세요. 지금 일어났어? ○○(딸의 이름)이 클럽활동 하다 다친 것 같아서 지금 마중나가니까 점심은 냉장고에 둔 거 데워 먹어」라고 들려왔다.
전화 저 편에서 차안의 라디오 소리도 들렸다.
전화를 끊지 않고 화장실 문을 살그머니 열고 부엌쪽을 들여다 보면
부엌의 아내는 휴대전화는 갖고있지 않고 부엌칼을 손에 든 채 아무것도 없는 도마를 단지 자르고 있었다.
내 손에 든 휴대전화에서는 「여보, 듣고 있어?」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엌의 아내와 시선이 마주쳐 버렸다.
무서워서 겁에 질린 나는 집을 뛰쳐나와서「빨리 돌아와줘」라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두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
아내와 딸이 돌아오고 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모두 함께 집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다.
부엌에는 완성된 요리가 우리 가족 먹을 만큼 준비되어 있었지만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고, 아내와 딸은 음식점에 주문시킨 거냐고 물었지만 절대 그런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
이상하다.
30. 지하철 테러
그 날따라 지하철엔 사람으로 붐볐다
'아...이러다가 수업에 늦겠는걸'
대학생 A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이 빨리 안오나 주위를 둘러보던 A는 한 중년남자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헤메는 모습을 보았다
'저..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A는 남자대신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고 길도 헤쳐나가주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됐는데..'
'아니에요, 그저 전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뭘'
A는 남자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러가려고 했다
그 순간 중년남자가 A에게 말했다
저, 학생에게만 특별히 말해주는건데요 내일 x시엔 지하철을 타지않는게 좋아요'
꺼림직했지만 A는 대충 알았다고 한뒤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갔다
다음날 어김없이 지하철을 타러 가려고 했던 A는 어제 그 남자 말이 생각났다
그냥 무시하기엔 뭔가 꺼림직했던 A는 버스를 타고 학교로 등교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TV를 켜보니 뉴스속보가 방송중이었다
그리고 A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기가 타려던 그 시간 지하철에 어떤 사이비종교 광신도가 독극물을 뿌려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였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일본 오옴진리교 지하철 테러사건이었다.
31.
학교에서 돌아온 유미. 한 여름 뙤악볕의 시골길을 한참 걸었더니 무척 목이 말라
집에 오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보리차를 마시려고 보니 부엌 한쪽 구석의 공간에..
엄마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깜짝 놀라 컵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지르려던 순간, 옆 방에서 아빠가 걸어나왔다
「유미? 침착하고 잘 듣거라. 엄마가 바람을 피웠단다. 너도 버리고 다른 남자를 따라서
나가려고했어. 그래서 싸우다가...이 애비가 그만 엄마를 죽여버리고 말았단다...」
하며 울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그 도를 넘은 충격적인 상황에 유미는 침착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교도소에 보냈다가는 친척도 없는 유미 자신은 고아원에 맡겨질것이 분명했다.
유미는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아버지를 경찰에 보내지 않기로.
이대로 둘이 함께 살기로 했다. 그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교복을 갈아입으려 하는 순간. 방 구석에 작은 메모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유미? 도망치거라. 아버지가 미쳤어...」
32. 타임캡슐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다.
2년 간 사귄 여자친구와 함께 타임캡슐을 고등학교 뒤에 있는 큰 소나무 아래에 묻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었을 때 꺼내자고 약속했다.
타임캡슐에 뭘 넣었는지는 서로 비밀, 만약 결혼하지 않게 되면 그대로 두기로 했다.
1년 후. 여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10년 후, 대학시절에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하게 되었다.
나는 약혼자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모두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전 여자친구의 몫까지 행복해지자며 타임캡슐을 대신 꺼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반대했지만, 그녀의 생각을 자신이 이어가고 싶다며 약혼자는 고집을 피웠다.
아마 전 여자친구에 대한 질투도 있었을 것이다.
결혼식 며칠 전 휴일.
고향으로 돌아가 타임캡슐을 꺼냈다.
내 타임캡슐에 들어있던 건 전 여자친구가 짜 준 머플러.
약혼자는 조금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이었지만, 곧바로 전 여자친구가 묻은 타임캡슐을 열었다.
거기에는 주먹 정도의 검은 덩어리가 들어가 있었다.
잘 보니 작은 팔다리에 조그만 사람머리가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