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초대 응하면 죽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귀신을 목격하는 일이  잦다. 그 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
.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귀신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다
는 것은 곧 이승을 하직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작가 겸 연예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중년 남성 이모씨는 홍익대 4학년 때부
MBC와 지금은  없어진 TBC에서 DJ로 일했고드라마 극본,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으며, 7년간 고교 교사 생활도 했다. 분명 정신 이상이나 귀신 씜과
는 거리가 먼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귀신을 보았다. 보았을 뿐 아
니라 싸워서 이겼다.
  몸에 이상을 느낀 이씨가 큰  마음 먹고 병원을 찾았다. 2시간에 걸쳐 종합검
진을 받은 이씨는 다시  일에 몰두했다. '큰 병원에서 진료 받았으니까'라는 마
음에서인지 몸도 가뿐했다.
  1주일 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고, 이씨는 충격적인 선고를 받아야 했다.
  '치사율 99.9%, 살아도 전신마비 상태의 식물 인간.'
  이씨가 의사에게 물었다.
  "도대체 병명이 뭡니까. 알고라도 죽어야할 것 아닙니까."
  "..."
  이씨는 입원했다. 오전과 오후가 다르게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던 어
느 날, 그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내가 누워 있는 병실  문이 열리고 낯익은 고등학생이 웃으며 들어오더군요.
자세히 살펴보니 고3때 병으로 죽은 친구 녀석이었어요."
  '친구'가 이씨 손을 잡으며 말했다.
  ', 너 많이 늙었구나. 임마, 놀러와, 놀러오라니까.'
  잠시 할 말을 잊었던 이씨가 단호하게 뿌리쳤다.
  '싫어. 안 가. 너 혼자 가.'
  이씨는  "그때 친구를 따라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라며 진저리를 쳤다.
  그가 기사회생하자 의사가 병명을 일러주었다.
  "급성뇌막염이었습니다. 소생 가능성 0.1%를 붙잡은 셈이군요. 행운입니다."
  그렇게 살아난 이씨는 그 후 귀신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이 귀신을 접하
는 현장을 다시 한 번 접하게 되었다. 적어도 귀신이 접근한 순간만큼은 자신의
경우와 똑같았다.
  "고종사촌이었지요. 결혼해서  첫딸을 낳자마자  신장염으로 인사불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병원에서도  가망이 없다며 퇴원을 종용할  정도였어요. 마침 제가
병문안을 간 날 밤 그녀는 숨을 거뒀습니다."
  혼수 상태로 미동도  않던 그녀가 갑자기 눈을  떴다. 이어 벌떡 일어나 병실
문 앞으로 달려갔다.
  놀란 가족들이 미처 손을 쓸  사이도 없었다. 그녀는 닫혀 있는 문을 향해 소
리쳤다.
  "내 딸은 어떻하란말이야."
  그게 마지막이었다.
  귀신의 초대를 거절하느냐 마느냐, 이는 곧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헛것 보이면 귀신 접근 신호

귀신은 사람의 생로병사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육관 천장에 닿을만큼 작두를  층층이 쌓아놓고 시퍼런 날 위에서 나비처럼
춤을 추는  총각도사 L(28)가 허구헌날 접하는  영혼은 원귀들이다. 하지만
그 귀신들을 떨친 사연을 들으면 때로는 '소박하다'는 느낌이 두려움을 앞선다.
"지지부진한 대입 3수생을  앉혀 놓으니 대학생 영가가 나타나더군요. 학생의
삼촌이었어요. 새벽에 운전하다가 대학 3학년 때 죽었답니다."
"아예 첩살림을 차린 남편  때문에 고통받는 중년 부인이 있었습니다. 남편의
사주에는 바람기가 없었죠아니나 다를까 바람둥이였던 큰아버지의 귀신이 씌
었던 겁니다. 하필이면 조카의 결혼식장에서 쓰러져 죽었더라구요."
"밥상을 뒤짚어 엎고엄마에게 칼을 들이대고,   옷을 찢고... 한 마디로
망나니 같은  20대 초반의 청년에게 원혼이  붙어 있었지요. 수영하다 빠져죽은
사촌형의 혼백이 저승에 못 간 채 집안 동생 속에 자리잡았던 것입니다. 대대로
불교였는데, 청년 당대에 조상을 모시지 않는 종교로 개종했더군요."
L씨의 설명에 따르면 범죄와 악벽도 상당 부분 귀신의 장난에서 비롯된다.
도소를 제 집 드나들 듯하는  범법자를 보면 마치 유전인자와도 같은 죄의 뿌리
가 보인단다.
"감옥에서 죽은 조상의 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자손 대대로, 먼 친척의 후손들
에게도 악의 씨앗이 퍼지게  마련입니다. 도박에 빠지는 사람도 조상 탓인 경우
가 많아요. 두 눈에 노름살이  가득하지요. 귀신이 노름기만 잔뜩 주고 있는 것
입니다."
그는 이따금 귀신을 앞에 두고 속으로 웃곤 한다.
"생선을 먹다 목에 가시가  걸려 죽은 귀신이 씌운 사람에게 곧이곧대로 얘기
하자니 우습고, 웃자니 찾아온 사람의 상태가 너무 심각하고..."
일반인이 귀신의 접근을 마음대로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사에 조심하며
귀신에게 틈을 보이지 않는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 벌었다고 조상묘에 호화로운 비석을 세워선 안 됩니다. 선대에 비석이 없
는 가문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꼭 번듯한  석물을 원한다면 일종의 신고식을
영계에 올려야 탈이 없습니다. 새 집을 짓고 나서 성주, 지신, 수문장, 조왕신,
터주대삼을 달래는  일에도 게으르면 안 되지요상가를 다녀올 때도 조심해야
하고요. 초상집에서 음식을  먹고 꽃이나 옷 따위를  만지고 오게 되는데, 수가
나쁜 사람은 해를 입고 말거든요춥고 식은 땀이 나고 귀가 멍해지고, 귀신씐
증상이 나타나는 거지요."
L씨가 밝힌 귀신 접근의 징조는  이 밖에도 많다. 검은 바지, 도포, , 소가
보인다든지, 관에서 뭔가를 뜯어 먹는 꿈 등이 그 중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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