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임금은 신라 나라가 몹시 못마땅했습니다.
당나라에 비하면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임금이 있고 대신이 있고····· 그 무엇보다도 더욱 못마땅한 것은 신라가 어느 임금 때보다도 잘 살고 태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신라의 임금은 제16대 진평왕이었습니다.
진평왕이 왕위에 오르고부터 당나라에 보내던 예물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금,은,호랑이 가죽,쌀 따위를 수백 명 군졸들이 날라 왔지만 요즈음에는 그렇지가 못 했습니다.
“여봐라,게 아무도 없느냐?”
“네! 대령이옵니다.”
당나라 왕은 조정의 신하를 불렀습니다.
“내 오늘 경들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신라 나라 때문이오.”
“남쪽의 작은 신라 나라 말씀이옵니까?”
“신라에서 들어오는 조공품이 그 절반으로 줄었다는데 무슨 까닭인고?"
“네네······그 까닭은 확실히 모르오나 예물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옵니다.”
“으음!신라가 그토록 어려운 사정인가?”
“모르옵니다.아무리 어렵다 해도 황제 폐하께 드리는 예물을 줄일 수는 없는 것인 줄 아옵니다.”
“경의 말이 지당하오······."
“송구스럽습니다.”
당나라 왕과 대신들은 그 문제를 가지고 서로 의논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해보시면 어떠하실는지요?”
“어떻게?”
“네네, 문장에 뛰어난 대신으로 하여금 신라의 신하와 겨루게 하여···"
“그건 아니 되옵니다.폐하······.”
“어찌해서 아니 된다 하는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신라에는 총명한 대신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만약에 우리의 사신이 신라의 신하와 겨루어 이긴다면 대국의 체면과 황제 폐하의 면목이 서는 일 이지만,만약 그렇지 못할 때는 어찌 되겠사옵니까?”
“허허,듣고 보니 경의 말이 옳소.그러면, 신라의 조정을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 지혜가 없단 말이오?”
“마마,이렇게 해보심이 어떠하실는지요?”
한 신하가 임금님 앞에 다가가서 귓속말로 속삭였습니다.
“허허허, 그것이 좋겠군.신라의 조정에서는 시험인지도 모를 것이고······.”
“네,그러하옵니다. 황제 폐하의 선물도 되시면서, 신라땅에 최초로 모란꽃을 전파하는 일도 되오니, 일거 양득이옵니다.”
“허허허···"
당나라의 왕은 당장 그 일을 시작하라고 분부하였습니다.
조정에서는 화공에게 모란 그림을 그리게 하고,모란씨를 준비하였습니다.
사신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임금님 앞에 나아 갔습니다.
“만약에 아무도 이것을 알아맞히지 못할 때 는 어찌하오리까?”
“그것을 못 알아맞히면 신라는 알맹이 없는 나라니라. 그 뒤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겠소.” “황공하옵니다.”
신하는 신라로 말머리를 돌렸습니다.
한 달 먹을 식량과 모란 그림과,그리고 모란씨를 가지고 떠났습니다.
신라의 운명이 이 모란꽃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그것을 알아맞히지 못하면 신라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런 흉계도 모르는 신라는 태평성세 그것 이었습니다.
올해도 풍년이 들어 진평왕은 백성들의 사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신하와 공주와 함께 신선처럼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아뢰옵니다.당나라의 사신이 국경을 넘어 폐하를 알현코자 온다고 합니다.”
"또 무슨 일이라고 하던가?”
“친선 방문차 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정중히 맞이하여라.”
신하는 사신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장만해 놓고,그가 돌아갈 때, 당나라 왕에게 줄 선물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상감마마께 아뢰오.사신의 입궐이옵니다.”
“어서 들라 하라!”
당나라의 사신은 진평왕에게 인사를 올린 뒤,모란꽃 그림을 선물로 바쳤습니다.
“당나라의 제왕께서 전하께 드리는 그림이옵니다.어서 펴 보시옵소서.”
“감사하오.”
진평왕은 무심코 그림을 펴 보았습니다.
“아!거참 탐스럽게 생겼도다.이 꽃의 이름은 무엇인고?”
“네,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목단이라고 부르기도 하옵고 또한 모란이라고도 하옵니다.”
“이름도 꽃을 닮아 아름답구나!공주도 한 번 보려무나!”
“황공하옵니다.아바마마······."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구나!내 생전에 처음 보는 꽃이니라.”
“그러하옵니다.아바마마,우리 나라에는 없는 꽃인 줄 아옵니다.”
“그렇지,그렇지,모란꽃이란다. 당나라에만 있는 꽃이란다.허허허······."
“네,그러하옵니다.당나라에서만 피는 꽃이 옵고,황제 폐하께서 제일 좋아하는 꽃인 줄 아옵니다.”
“아바마마,이 꽃은 아름답기는 하오나 향기가 없는가 보옵니다.”
“뭐라구?”
“그렇지 않사옵니까,당나라 사신님?”
“네네······."
당나라 사신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건、어인 까닭인고?”
진평왕은 통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공주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꽃을 보셔요,아바마마.이 꽃에는 나비와 벌이 없지 않사옵니까.”
“향기가 있는 꽃에는 으레 벌과 나비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아바마마······.”
“옳아, 맞았다. 맞고말고, 허허허······.”
당나라 사신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영특한 공주가 신라에 있었다니! 신라인의 총명함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은 그만 물러갈까 하옵니다.”
얼굴빛이 하얗게 변한 당나라 사신은 대궐을 나와 이내 당나라로 돌아갔습니다.
“황제 폐하,신라는 총명하고 지혜로운 나라입니다. 작은 나라라고 감히 넘볼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그것을 공주가 알아맞혔다고? 놀랄 일이로다. 놀랄 일이로다!”
다음해 모란씨를 심어, 그 뒤에 꽃이 피었습니다.
냄새를 맡아 보니 역시 그 꽃에는 향기가 없었습니다.
진평왕은 그 뒤 왕위를 총명한 공주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그 공주가 신라의 17대 선덕 여왕입니다.
선덕 여왕이 왕위에 오르자, 당나라 왕은 신라를 함부로 넘보지 못하고, 신라 사신이 가지고 오는 조공도 받지 않고 되돌려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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