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는 많은 선녀들이 있었습니다.
신은 그 중에서도 봄의 선녀인 시클라멘을 가장 총애하였습니다.
어여쁜데다 성격도 쾌활하여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신은 그녀에게 가장 쉬운 일을 시켰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꽃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얘들아 잘 있었니! 신이 이르길, 앉은뱅이꽃! 너는 앞으로 3일 후에 피라고 하셨어. 진달래! 너는 그대로 잠들어 있어. 신이 너에게는 꽃을 피우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거든.”
봄이 되면 꽃들은 시클라멘을 기다렸습니다.
그녀가 전해 줄 신의 '꽃을 피우라'는 명령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시클라멘은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꽃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늦게 피었다가 늦게 지는 것도 좋아···그때는 다른 꽃들보다 더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모든 꽃들이 그녀를 좋아했지만, 특히 양을 치는 목동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도 그 잘생긴 목동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상에 내려올 때마다 그를 만나곤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시클라멘이 신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와 보니 목동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만나지 않고서는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며칠을 찾아 헤맨 끝에 결국에는 그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는 매우 지쳐 보였습니다.
들에 꽃이 보이질 않아. 양들이 꽃을 아주 좋아하는데 말이야···꽃이 핀 풀을 찾느라 사방을 헤맸거든···." 시클라멘은 처량하게 말하는 목동이 가엾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시간을 그와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신의 명령을 어기고 벌판을 누비면서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꽃들에게 외쳤습니다.
철쭉아! 지금 당장 꽃을 피워. 진달래야! 너도 꽃을 피우렴. 이 세상의 모든 꽃들아! 모두 모두 꽃을 피우거라!” 시클라멘의 명령에 벌판의 모든 꽃들은 이게 웬일인가 싶게 꽃을 피웠습니다.
벌판은 온통 꽃천지가 되었습니다.
목동의 양떼들은 풀과 꽃을 배불리 뜯어먹었습니다.  
그러나 목동은 시클라멘과 같이 있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벌판이 그저 좋았을 뿐,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크게 실망한 시클라멘은 하늘로 올라가 다시는 지상에 내려오지 않을 결심으로 날개 달린 옷을 벗어 던져 버렸습니다.
그 옷은 천천히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땅에 닿자마자 한 송이 꽃으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꽃에 선녀의 이름을 붙여 시클라멘이라 부른답니다

꽃말: 수줍음, 질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