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고려시대. 고려 청자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그릇을 만드는 한 젊은 총각이 있었습니다.
총각은 하루 종일 그릇 만드는 일에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오늘도 총각이 가마가 있는 산골에서 그릇을 만들고 있는데, 마을 아이가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건넛마을 선이 누나가 아파서 죽게 되었어요...."
" 뭐라구, 죽게 되었다고....?"
총각에게는 너무나 뜻밖의 말이었습니다.
며칠째 앓고 누워 있는 약혼녀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총각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총각은 급히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좁은 산길을 달렸습니다.
"죽어서는 안 돼..... 안 돼....."
그렇지만 총각이 마을 어귀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약혼녀는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결혼을 사흘 앞두고서 처녀는 죽은 것입니다.
총각은 오로지 처녀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 왔는데, 그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총각은 그 뒤부터 그릇 만드는 일은 하지 않고, 언제나 처녀의 무덤앞에서 우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젊은이를 보고 동네 사람들은 모두 안됐다는 듯이 혀를 쯧쯧 찼습니다.
어느덧 그 해 겨울도 갔습니다.
봄이 오면서 산과 들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나뭇가지에 새순이 눈을 떴습니다.
하루는 처녀의 무덤 옆에 작은 꽃나무가 자란 것을 보았습니다.
"이 꽃나무는 무슨 꽃이기에, 이렇게 예쁠까!"
총각은 이 꽃을 처녀의 넋이라고 생각하고 정성스레 꽃나무를 캐다가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물론 총각이 만든 도자기에 심었습니다.
총각은 이 꽃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고 정성껏 가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대가 살아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소? 무엇이 그리도 급해 그렇게 일찍 이 세상을 떠났느냐 말이오......"
총각은 약혼녀가 죽지 않고 결혼식을 하고,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햇수로 벌써 3년이 넘었으니, 지금은 예쁜 아기도 태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와 아빠를 반쯤 닮은 아기일 거라고 생각하는 총각. 아기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환한 웃음이 꽃필 것을 생각하니 총각의 슬픔은 더욱 커졌습니다.
".....!”
그 뒤, 몇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총각의 얼굴에는 슬픈 빛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도자기를 만들어도 도자기에서 슬픈 빛이 떠오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재수 없는 물건이라고 사 가려 들지도 않았습니다.
어느덧 슬픈 세월도 쉬지 않고 흘러 총각도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처녀의 넋인 꽃나무는 해마다 꽃이 피고 또 졌습니다.
"내가 죽으면 누가 보살피나?"
백발이 된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은 뒤, 꽃을 가꾸어 줄 사람이 없는 것이 여간 큰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꽃분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시던 할아버지도 몇 년이 지난 뒤 꽃나무를 머리맡에 놓아 둔 채 고요히 두 눈을 감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동네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는 꽃나무위에 이름모를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새를 쫓으려 했지만,새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상한 울음을 울 뿐 꽃나무 주위를 빙빙 돌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넋이 새가 된 것이 아닐까?"
"영감님이 얼마나 이 꽃을 사랑했다고."
동네 사람들도 더 이상 새를 쫓아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할아버지의 넋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새는 바로 꾀꼬리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시체를 관에 넣고 상여에 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떠나가자 꾀꼬리는 집밖을 한 바뀌 돌고나서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꽃나무에 앉았습니다.
그 꽃나무는 매화입니다.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매화는 흰꽃과 분홍꽃이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 할아버지의 넋인 꾀꼬리는 언제나 매화 가지에 앉아서 운다고 합니다.  

또다른 이야기...  

옛날 중국 산동 지방에
'용래'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약혼한지 3일만에

그만 약혼녀가 몹쓸 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


용래는

너무나도 슬퍼

매일 약혼녀 무덤에서 울었다.


그의 약혼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에 하늘도 감동을 하였는지

그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나무가 한 그루 돋아 났다.


용래는

그 나무를 집으로 가져와서 마당에 심고

약혼녀의 넋이라 생각하고

일생 그 나무를 바라보며 살았다.


그리고 그가 늙어 죽어서는

한 마리 새가 되어 나무를 떠나지 않았다.


훗날 약혼녀 무덤에서 핀 나무를

'매화나무'라 하였고,

매화나무 곁을 떠나지 않고
늘 곁에 있었던 새를 '휘파람새'라 하였다.
꽃말: 미덕,고결,정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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