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옛날이었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뚝 떨어진 바다 가운데 탐라라고 하는 섬이 있었다.  

망망한 바다 가운데 아무도 손 닿지 않은 섬이었다.
그저 메마른 바위와 흙만이 바닷물에 씻겨 내렸을 뿐이었다.
섬 한 가운데는 한라산이 높이 솟아 있는데 늘 구름에 둘러싸여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처럼 늘 구름에 싸여있는 한라산이 마침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하늘에 있는 상제가 한라산에 감돌고 있는 구름을 하늘로 끌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날, 한라산 북쪽 들에서 이상한 기운이 돌더니 세 사람이 땅에서 솟아나왔다.

그들은 온 몸에서 광채가 나고 늠름하게 생긴 장정들로 이름은 각각 양을나, 고을나, 부을나였다.
그들은 숲이 우거진 섬을 휘젓고 다니며 사냥으로 날을 보냈다.
사냥해서 잡은 짐승의 가죽은 옷을 해입고 고기는 먹이로 삼았다.
섬에 사람이라고는 이들 세 사람 밖에 없기 때문에 먹고 사는데는 조금도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뭔가 외로움 같은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막연하게나마 이성이 그리운 것이었다.
하루는 바닷가에 나가 고기를 잡고 있었다.
이 날따라 웬일인지 고기가 잡히지 않아 짜증스럽게 바위에서 쉬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저것을 보게나. 저게 무엇이기에 이쪽으로 떠내려오지."
세 사람의 시선은 모두 한 곳으로 집중됐다.

무엇인가 실은 배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들은 배가 오고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배 위에는 자색의 목함이 있었는데 이것을 열어 보니 안에 또 석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띠를 두르고 자색옷을 입은 사내가 한 사람 있었다.
그는 일본국에서 온 사신이었다.
그는 세 사람에게 큰 절을 하였다.
"저는 일본의 사신으로 공주 세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공주 세 분은 모두 하늘이 정해주신 것이니 앞으로 나라를 세우고 자손 만대에 번영하시기 바랍니다."
일본에서 온 사신은 이렇게 말을 하고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하늘로 높이 솟구치더니 구름을 타고 어디로인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세 사람은 석함을 열어 보았다.

아름다운 향기와 함께 그들에게 나타난 것은 푸른 옷을 입은 처녀 세 사람이었다.
그들은 아름다운 자태로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 하늘이 우리에게 내린 선녀구나.'
세 사람은 얼떨결에 이렇게 말했다.

꼭 꿈만 같았다.
그리고 이처럼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세 공주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세 사람이 이렇게 말하자 공주들도 다소곳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일본 나라의 공주들입니다. 부왕께서 이르기를 탐라국에는 땅에서 신인(神人) 세 사람이 솟아나와서 장차 나라를 세우려는데 도와줄 배필이 없으니 가서 짝이 되어 도와주라는 분부를 받고 왔습니다."
세 사람은 공주들이 하는 말을 듣고 아주 만족했다.

그들은 나이 순서대로 각각 공주를 택하여 짝을 짓고 행복한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그전처럼 셋이 함께 살기는 불편했다.

세 사람은 의논 끝에 활을 쏘아 샘물이 달고 땅이 기름진 곳을 가려서 땅을 나누어 갖게 되었다.
양을나가 살 곳은 제1, 고을나가 살 곳은 제2, 부을나가 살 곳은 제3도였다.
세 공주는 각기 자기 남편을 도와 밭에 나가 알하고, 바다에 나가 미역을 땄다.

그들은 부지런히 일을 하였다.
그들의 이런 노력은 헛되지 않아 탐라국은 날로 번창해갔다.
이들이 나온 세 구멍은 삼성혈(三聖穴)이라 하는데, 이들은 각기 고(), (), ()씨의 시조가 되었다.

                                                      - 출처 네이버 지식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