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주줄산이라 불리던 지금의 전북 진안군에 있는 운장산(雲長山) 기슭에 효심이 지극한 김만수(金萬壽)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사십고개를 넘어선 그는 환갑이 지난 홀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두 자녀를 거느리고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


낮이면 땀흘려 일하고 밤이면 호롱불을 밝혀 책 읽는 것을 낙으로 살아가는 말그대로 주경야독하는 어엿한 선비이기도 했다.
그런 김서방에게도 커다란 고민이 한가지 있었는데 연로한 어머니께서 유난히도 고기를 좋아해 밥상에 고기반찬이 오르지 않으면 수저 들 생각을 않으시는 것이었다.
늙으면 오히려 어린애가 된다고 고기반찬이 없으면 투정을 부리는 것이었다.


김서방은 반찬 투정을 하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기 보다는 형편이 가난해 항상 어머니 상에 고기를 올리지 못해 불효를 한다며 자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위봉사(威鳳寺)에 도력이 높으신 스님 한 분이 오셨다는 이야기가 동네에 퍼졌다.

이를 듣고 김서방은그래, 그 분과 상의를 하면 어쩌면 좋은 방법을 일러 주실거야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바로 다음날 아침 김서방은 새벽밥을 먹고 위봉사를 향해 떠났다.
어머니에 대한 생각에 수십리 고개길을 단숨에 달려 절에 당도한 김서방은 스님을 찾아 뵙고 자초지종 사정 이야기를 하며 도와 주십사 간청을 하였다.


김서방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스님이 지필묵을 가져와 두루마리에 글을 써 주시며내 그대의 효성에 감복해 비법을 알려 줄 터이니 이 두루마리에 쓰인 주문을 읽으면 호랑이로 둔갑을 할 수 있느니라라고 하였다.
비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된 김서방은 스님께 허리가 꺾이도록 감사의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김서방은 식구들이 모두 깊이 잠이 들기를 기다려 부엌으로 들어가 스님이 준 두루마리를 보며 주문을 읽기 시작했다.

주문 읽기가 끝나자 김서방은 순간 커다란 호랑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호랑이로 둔갑한 김서방은 집을 뛰쳐나가 산속에서 커다란 산돼지 한 마리를 물고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마당에 놓여있는 산돼지를 발견한 아내가 깜짝 놀라 잠들어 있는 김서방을 깨웠다.
김서방은 시치미를 뚝 떼고 우연히 산에 갔다가 놓아둔 덫에 걸려 있는 산돼지를 보고는 아무도 모르게 새벽에 옮겨다 놓았다고 둘러대었다.


아내는 남편이 구해온 산돼지가 대견해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열었다.
물론 어머니께도 며칠동안 배부르도록 고기봉양을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고기가 떨어지면 김서방은 또 다시 호랑이으로 둔갑해서 산짐승을 잡아와야만 했다.

그러기를 몇차례...
며칠마다 고기가 마당에 놓여 있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여긴 아내는 누가 새벽이면 고기를 가져다 놓는지 보려고 잠든 척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 깊어지자 남편이 조용히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 무슨 두루마리를 보며 중얼 거리더니 갑자기 커다란 호랑이로 변해서는 산으로 쏜살같이 달려 가는 것이 었다.

그 모습에 너무 놀란 아내는 처음에는 내 남편이 호랑이로 변하다니...하며 어쩔줄 몰라 하다가 불현 듯 정신을 차리고는 남편이 부엌 한켠에 숨겨 둔 두루마리를  꺼내어서는 호롱 불에 비추며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호롱 불에 너무 가까이 가는 통에 그만 두루마리에 불이 옮겨 붙어 홀랑 다 타버리고 말았다.

집에서 일어난 일을 알 까닭이 없는 호랑이로 변한 김서방은 짐승을 잡아 가지고 돌아와 부엌을 찾았으나 불 타버린 두루마리가 아무리 찾아도 나올리 만무였다.

안타깝게 부엌의 구석 구석을 뒤지는 호랑이로 변한 남편을 보며 아내는 자신의 잘못으로 불에 타 버렸다고 이야기를 하자 말도 할 수 없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도 없게 된 김서방 호랑이는 날이 밝아오자 포기하고 눈물을 쏟으며 산으로 돌아갔다.

아내가 아무리 자신을 탓하고 후회를 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김서방의 어머니도 며느리로부터 아들의 사연을 전해 듣고는 자신의 식탐을 탓하며 대성통곡을 하였다.


수없이 많은 날을 자신의 못된 식탐이 귀한 아들을 돌아오지 못할 길로 보냈다며 피맺힌 넋두리를 했지만 이것 역시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고기를 탐해 벌어진 일이므로 자신의 잘못을 빌며 남은 생을 살기로 작정을 하고 머리를 깍고 절로 들어가 지성으로 용서를 비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길을 나섰다.

마을 근처의 숲속에서 그리운 식구들을 보려고 집을 쳐다 보던 김서방 호랑이는 길을 나서는 어머니를 지켜 드리며 위봉사로 안내 하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변한 호랑이 임을 알고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그뒤를 따라 위봉사에 도착을 하여 그날부터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고 절에서 궂은 일은 다하며 지성을 다해 기도를 드렸다.

김서방 호랑이는 때가 되면 언제나 처럼 잊지 않고 산짐승을 잡아다 놓고 사라지곤 했다.
김서방의 아내도 남편의 행동임을 알고 있어 욕심 내지 않고 이 고기를 모두 마을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이를 고맙게 여긴 마을 사람들은 김서방네 농사를 모두 함께 지어 주었고 아내로 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은 마을 주민들은 김서방 호랑이를 효자 호랑이라 부르며 칭송하며 두려워 하지 않고 이웃처럼 지내게 되었다.


어느 덧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이곳 저곳 정처없이 수행의 길을 다니던 도력높으신 그 때 그 스님께서 우연히 다시 위봉사로 들게 되었는데 김서방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되었다.

김서방의 효행과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에 감읍하신 스님이 김서방의 어머니를 불러 그 비법을 다시 두루마리에 적어 주며 잘 간직하고 집으로 돌아가 아들에게 보여 주라고 하였다.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온 지 사흘이 되자 역시 김서방 호랑이가 또 짐승을 물고 나타났다.
어머니는 등잔불을 높이고 위봉사의 스님이 준 두루마리를 펴 김서방 호랑이 앞에 내어 놓았다.
김서방 호랑이는 그 주문을 끝까지 외우고 순간 호랑이에서 다시 사람 김서방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사람으로 되돌아 온 아들을 본 어머니는 자신의 식탐이 빚은 일이라 하며 앞으로는 절대 고기를 입에도 대지 않을 것이니 다시는 호랑이로 변하지 말라고 말하며 두루마리를 불살라 버렸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네 사람들도 모두 기뻐하며 잡아온 고기로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이후 이마을 사람들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위봉사를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찾았다고 한다.

                   - 출처 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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