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사골의 전설  / 김필규

세월 가도

그날의 울음 아직도 흐르고

슬픔은 지리산 속살에 숨어 있다

이념의 깃발은 간 데 없고

이념이 살던 石室엔 푸른 이끼가

짓무르는 어미 눈에 눈물 같은 눈물 흘리고 있다

웅덩이마다 시퍼런 세월

묵은 상흔이 전설로 솟아난다

뱀이 죽어 뱀사골인데

죽은 독사는 어디로 갔는가

누구를 위한 추모탑인가

누구를 위한 기념관인가

기념관에 전시된 낡은 이념

총부리 맞대던 충혈된 눈망울

또다시 세월 한참 흐른 뒤엔 어떻게 남을까

여름 바람 한 자락에 숨가쁜 세월

못다한 함성이 바윗구멍에서 헐떡인다

반야봉은 또다른 전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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