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명(御命)에 죽은 산신령(山神靈)
조선조 태종 때에 있었던 일이다. 어명에는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동물도 거역치 못한다.
태종 임금은 처음으로 문경에 현감을 두고 새재길을 개척하였는데, 그 때에 문경현감이 급히 조정에 상주(上奏)하여야 할 일이 있어 발 빠른 역졸(驛卒)을 골라 연풍까지 가서 문서를 전하고 오도록 명령했다. 그런데 역졸은 새재를 넘다가 중간지점에서 호랑이에게 해를 당하고 말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현감은 조정에서 비답(批答)이 오기만을 학수고대(鶴首苦待) 하던 중에 조정에서 독촉하는 공문이 다시 왔기에 역졸을 찾아보니 공문서를 갖고 간 후 종무소식(終無消息)이라는 것이다. 당황한 현감은 많은 사람을 풀어 새재길을 뒤진 결과 호환(虎患)을 당한 역졸의 시신(屍身) 일부를 찾게 되었다.
현감은 하는 수 없이 이와 같은 전후 사실을 조정에 상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종 임금은 대노하여 미물의 짐승이 감히 나의 적자를 해할 수 있단 말이냐? 당장 사신을 보내서 조령산의 호랑이를 잡아와서 치죄(治罪) 받게 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엄명을 받은 금부도사는 길을 재촉하여 새재에 당도하여 호랑이를 잡으려 백방으로 노력을 하였으나 잡을 길이 없으므로 궁여지책으로 정성스럽게 제수를 올리면서 어명을 전하였다. 그 날 밤중이었다. 온 산천이 떠나갈 듯한 호랑이의 포효(咆哮)소리가 두세 번 들리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이상하게 생각한 금부도사가 주흘산사에 가보았더니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이 때 금부도사가 죽어가는 호랑이 등에 어명을 붙였더니 호랑이는 금방 숨을 거두고 말았다.
금부도사는 죽은 호랑이의 호피(虎皮)를 가지고 돌아가서 태종에게 전후 사실을 복명했다. 이러한 일이 있은 뒤부터는 새재길에는 호환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난 뒤에 문경에 사는 전씨성을 가진 이인(異人)이 있었는데, 그의 꿈에 새재 산신령이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주흘산신령인데 나라에 득죄(得罪)하여 아직도 그 죄를 벗지 못했으니, 조정에 상소하여 나의 죄를 벗도록 해 달라.”고 간청하더란다. 전노인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조령산신령의 신원(伸寃)상소를 올렸다. 태종이 이 상소를 보고 새재산신의 죄를 사한다는 비담을 내렸다. - 출처 네이버 지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