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가난한 시골 마을에 꽈리라고 하는 마음씨 착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꽈리는 언제나 명랑한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누구에게서 노래를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노래를 부르는 재주가 아주 뛰어나서 꽈리의 노랫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마치 옥구슬이 구르는 것만 같다고 칭찬이 대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 세도가 제일 가는 양반집에는 꽈리와 같은 나이 또래의 소녀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꽈리만큼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꽈리의 칭찬을 하면 할수록 꽈리를 몹시 미워하였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도 매우 심술궂은 여자였는데 이들 모녀는 기회만 생기면 꽈리를 괴롭히려 들었습니다.
그래서 꽈리는 되도록 그 집에 가까이 가지 않았으며, 노래를 부르더라도 양반집 소녀가 듣지 않는 곳에서 불렀습니다.
어느 날, 나물을 캐던 꽈리는 흥에 겨워 노래를 즐겁게 불렀습니다.
꽈리의 노랫소리는 바람을 타고 온 산골짜기로 아름답게 메아리쳤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고을 원님이 꽈리의 노랫소리를 듣고 멈추어 섰습니다.
“허이,이렇게 아름다울 수가···필시 선녀가 내려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게야.”
원님은 당장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찾아 데려오도록 명령하였습니다.
이윽고 꽈리가 원님 앞에 당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꽈리는 너무 수줍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집이 어디냐는 원님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원님은 꽈리의 노래를 다시 한번 크게 칭찬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러한 소문은 곧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양반집 소녀와 그 어미는 이 소식을 듣고 샘을 내며 질투심으로 온몸을 떨었습니다.
어느 날 세도가 양반집에서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원님도 초대를 받고 잔치에 참석하였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북적거렸습니다.
그러나 꽈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꽈리는 양반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먼 발치에서 잔치가 흥겹게 무르익어 가는 것을 지켜 볼 뿐이었습니다.
꽈리도 그 잔치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양반집 소녀가 무슨 심술을 부릴지 몰라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잔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원님이 집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듣자하니 이 고을에 노래를 썩 잘 부르는 소녀가 있다 하던데 어디 그 노랫소리 좀 들려 주시오.”
양반은 즉시 꽈리를 불러오도록 명령했습니다.
세도가의 딸과 그 어미는 이 소식을 듣고 꽈리를 골려 줄 음모를 꾸몄습니다.
꽈리가 수줍음을 잘 탄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소녀의 어미는 불량패들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꽈리가 노래를 못 부르도록 방해를 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곧 꽈리가 도착하여 원님 앞으로 나왔습니다.
꽈리는 부끄러웠지만 숙였던 고개를 들고 목청을 가다듬었습니다.
이 때 갑자기 꽈리의 앞에 있던 한 청년이 불쑥 소리쳤습니다.
“노래도 못부르는 것이 감히 원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려 하다니"
그러자 옆에서 다른 청년이 또 말하였습니다.
“노래는 그렇다 치고 얼굴이 저렇게 못생겨서야 어디···”
순간 꽈리의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수줍음을 잘 타는 그녀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그만 그곳을 달아나듯이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양반집 소녀와 어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꽈리의 어리석음을 비웃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꽈리는 너무나 부끄러워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비웃으며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마침내 몸져 눕고 말았습니다.
의원이 몇 차례 다녀갔으나 뚜렷한 병명을 밝히지 못하였고 꽈리는 결국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봄, 꽈리의 무덤가에는 한 포기의 풀이 자라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을이 되어서는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렷습니다.
엷은 너울 속에서 가만히 밖을 내다보는 붉은색의 열매 모습이 꽈리의 수줍어하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 뒤 사람들은 그 꽃을 꽈리라고 불렀습니다.
꽈리는 특히 소녀들로 부터 사랑을 받았는데 꽈리를 입에 물고 다니면 노래를 잘 부른다 하여 소녀들이 앞다투어 꽈리를 물고 다녔다고 합니다.
꽃말 - 수줍음, 조용한 미, 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