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작은 마을에 리스베스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리스베스의 어머니는 병이 나 오랫동안 앓아 누워 계셨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어머니는 햇볕을 쬐며 들판을 걸어 보았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걷는 것은 물론 일어날 기운조차 없어진 어머니가 쓸쓸하게 말했습니다.
"들은 꽃으로 가득하겠구나. 얼마나 예쁠까?"  
"엄마, 앵초를 꺾어 올게요. 싱그럽게 자란 앵초를 보면 금방 나을지도 몰라요.”
리스베스는 들판으로 달려갔습니다.
들판은 푸르게 빛나는 하늘에서 부드럽고 따스한 햇빛이 쏟아져 마치 천국 같았습니다.
앵초는 지금 한창인 듯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분명히 멋진 꽃다발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엄마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리스베스는 앵초를 꺽으려고 손을 뻗다가 멈추었습니다.
순간 앵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들판에 있으면 더 오랫동안 피어 있을 수 있지만, 한번 꺾이면 2,3일 안에 시들어 버릴 것입니다.
'뿌리채 뽑아 가면 돼.'
리스베스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화분에 심어서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으면 앵초는 들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피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앵초 한 송이를 파내어 집으로 돌아가려던 리스베스는 갑자기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습니다.
요정이 훨훨 날아 바로 눈 앞으로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축하한다. 너는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아이일 거야."
연녹색 날개옷이 펄럭이며 요정이 말했습니다.
"너는 지금 보물성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았단다. 나를 따라오너라."
리스베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정을 따라 갔습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수풀을 지나고 맑은 물이 가듣 찬 샘물을 돌아서 요정은 깊고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리스베스는 침을 삼키며 멈춰 섰습니다.
눈앞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성이 나타났습니다.
커다란 나무들에 에워싸여 있는 성은 지붕도 벽도 모두 연녹색이었습니다.
높이 솟은 탑도 싱그러운 나무 빛깔이었습니다.  
"요정이 지키는 성이야. 성안에는 보물들이 가득 차 있지. 성문을 여는 열쇠는 이 앵초뿐이란다."
요정은 리스베스가 안고 있는 앵초를 쳐다보았습니다.
봄이 올 때마다 들에는 수천 송이의 앵초가 피지만 똑같아 보이는 앵초 중의 단 한 송이만이 성문을 열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발견한 사람은 요정의 안내를 받아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보물을 차지하고 싶은 사람들은 들로 나가 앵초를 살펴보았습니다.
열쇠가 되는 단 한 송이의 앵초.
사람들은 그것을 단 한번만에 찾아내야 했던 것입니다.  
"너는  단 한번만에 단 한 송이의 앵초 열쇠를 얻은 거야. 아마 마음씨 착한 리스베스에게 하느님이 주신 선물일 거야.”
리스베스의 손에 꼭 쥐어 있는 앵초의 뿌리에는 겨자씨만 한 금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보물성의 열쇠라는 표시였습니다.
연녹색 성문에 앵초를 댄 순간 조용히 문이 열렸습니다.
성안은 온통 보석 천지였습니다.
온갖 보석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서둘러, 리스베스. 행운을 놓쳐서는 안 돼. 문은 금방 닫힐 거야. 다음번에 문이 열리려면 일 년 후가 될지, 십년 후가 될 지, 아니면 백 년 후가 될지 아무도 몰라. 이대로 갇히면 보석더미에 싸여 죽게 될 뿐이야. 백 년 전쯤에 행운을 잡았던 한 남자는 내 말을 듣지 않다가 그대로 갇히고 말았어. 그 남자의 뼈가 성안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야."
요정의 말대로 보물성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은 잠깐이었습니다.
요정은 잡히는 대로 보석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는 리스베스의 손을 끌고 얼른 성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리스베스가 미쳐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요정도 보물성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보석과 앵초를 갖고 리스베스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꽃을 본 어머니는 행복해 했습니다.
보석 덕분에 어머니는 병원 치료를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기운을 차린 어머니가 리스베스에게 말했습니다.  
"내 병이 나은 것은 보석 때문이 아니야. 앵초를 캐 온 우리 리스베스의 정성 때문이지. 병과 싸울 힘을 네가 주었기 때문이란다."
리스베스는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지만, 두 번 다시 앵초 열쇠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꽃말 - 행운의  열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